교회가 미생물 배양해 오염된 지역하천 살렸다… 김포 아름다운교회 생태사역 11년
입력 2013-05-13 18:12 수정 2013-05-13 18:16
13일 오전 방문한 경기도 김포 계양천 옆 아름다운교회(전규택 목사)는 과장을 조금 보태 ‘에덴동산’을 연상시켰다. 495㎡(150평) 규모의 본당 예배당은 비닐하우스로 지어져 온실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본당 양 옆에는 18가지 종류의 허브와 백일홍, 대나무, 단풍나무 등이 심어져 있었고, 강단에는 꽃꽂이 대신 초록잎 무성한 작은 나무들이 화분에 심어져 있었다.
아름다운교회는 예배당 내의 꽃과 나무뿐 아니라 건물과 사역 등 모든 것이 생태와 환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생태교회다. 비닐하우스 예배당은 양측 하단을 개폐식으로 만들어 자연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환기를 하고 여름철 냉방효과도 얻는다. 비닐하우스 위에 설치된 유리지붕은 자연채광과 함께 겨울철 실내온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교회 입구 쪽 지붕을 강단 쪽 지붕보다 30㎝ 높게 설계해 빗물이 강단 방향으로 흐르게 만들고, 강단 뒤편 바닥에는 20t 규모의 빗물저장탱크를 설치했다. 이곳에 저장된 빗물은 교회의 주 사역인 유용미생물군(EM·Effective Micro-organisms) 배양액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EM은 오염된 물속의 슬러지를 분해해 물을 깨끗이 하는 미생물이다.
1998년 10월 설립된 아름다운교회는 ‘하나님이 창조한 자연과 인간의 관계 복원’을 사역의 목표로 삼고 11년 전부터 지역사회에서 환경운동에 앞장서 왔다. 독학으로 EM 원액 제조방법을 터득한 전규택 목사는 2002년부터 EM 배양액을 만들어 매주 교인들과 함께 교회 앞 계양천에 뿌려왔다. 지방자치단체와 다른 환경단체의 노력까지 더해져 사역 시작 전만 해도 악취 때문에 산책이 불가능했던 계양천의 수질은 현재 3급수 수준으로 개선됐다. 매년 1t 트럭 한 대 분량의 미꾸라지를 하천에 풀어놓아 모기 유충들을 제거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아름다운교회는 인근 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험학습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회에서 EM 배양액, EM 흙공 등을 만들어 하천에 직접 투척하거나 EM 비누나 샴푸 등을 만들어 어머니께 선물한다. EM 흙공은 황토에 미생물균을 배양한 용액이나 쌀뜨물을 발효한 물질을 흙표면에 바른 것으로 경남 김해 대포천과 제주도 천지연 등 여러 곳에서 수질정화에 기여했다. 교회 앞에 만들어놓은 텃밭은 교인뿐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도 무료로 임대돼 친환경 먹거리 재배에 사용된다.
전 목사는 “1984년 장신대 신대원에 입학했을 때부터 복음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전혀 전하지 못한다면 반쪽 복음이 아닌가 생각했다”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던 중 인간과 자연을 회복시키는 단초가 미생물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EM을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을 지키는 일에 함께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면서 “가정에서 쌀뜨물을 그냥 버리지 말고, EM 배양액을 만들어 버리는 것만으로도 우리 아이들에게 더 깨끗한 환경을 물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포=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