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돈줄 차단’ 집요한 미국

입력 2013-05-13 17:57 수정 2013-05-13 22:09

미국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차단하기 위해 얼마나 집요하게 북한의 자금줄 차단에 주력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정황이 미 외교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포괄적 제재를 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에 대해 관련국 외교·재무 당국자들에게 북한의 자금책을 지속적으로 주지시켰고, 외교채널을 지역별로 묶어 제재의 실효성 여부를 면밀히 관찰했다. 이는 미국이 그간 북한 정권의 ‘돈줄 끊기’를 가장 효과적인 대북제재 수단으로 운용해온 내력과도 일치한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문건에는 미 정부가 자산동결 대상으로 지목한 북한 기관들의 동향파악과 함께 개별적인 추가조치를 강구한 내용이 나온다. 국무부가 2009년 5월 12일 모든 관련국 주재 외교공관에 보낸 1급 기밀문서에 따르면 주요 제제대상이었던 북한 단천상업은행과 조선광업개발주식회사(KOMID), 조선련봉총회사의 거래와 결제를 막기 위해 ‘맞춤형 압박’ 방식을 동원했다.

시기적으로 북한이 3차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직후로, 2차 핵실험 위협에 따른 긴장감이 정점에 이른 때였다. 당시 미국은 북한 미사일 관련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온 단천상업은행의 계좌가 최소 하나 이상 남아있다고 파악된 국가들에 대해 현지 은행 계좌정보 공유와 동결 유도조치에 들어갔다.

2005년 6월 자산동결 조치 이후에도 북한 자금이 유통됐던 것으로 알려진 금융기관으로 덴마크 단스케 은행과 스웨덴 노르데아·스칸디나비스카·스벤스카 은행, 스위스 로이드 TSB 은행, 영국 브리티시 아랍 상업은행, 러시아 나로드니 은행, 이집트 국영은행, 인도 국영은행, 싱가포르 대화(大華)은행, 독일 도이체방크 싱가포르 지사 등이 거론됐다.

미국은 북한 계좌동결에 일찌감치 동참했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중앙은행에 대해서도 북한의 계좌거래 재개 시도 여부를 재확인하는 주도면밀함까지 보였다. 해당 문건에는 미 정부가 UAE와 예멘에서 KOMID의 스커드미사일 관련 자금조달 움직임을 포착해 현지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려 한 내용도 나온다. 북한의 방위산업체 격인 조선련봉총회사의 자회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런 ‘저인망식 제재’로 나름의 효과를 본 미 정부는 이후 북한 정권의 통치자금을 겨냥한 ‘표적 제재’를 병행하며 제재대상도 확대·다변화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