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창조경제 도약대 되길
입력 2013-05-13 17:49
삼성그룹이 13일 창의적인 미래 과학기술을 육성하기 위해 10년간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내달 설립될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노벨과학상(물리·화학·생명과학·수학), 소재기술, 정보통신기술(ICT) 융합형 창의과제 지원 등 3대 프로그램을 중점 추진할 방침이다.
삼성의 재단 설립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최근 미국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창조경제의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 데 최선을 다하고 투자와 일자리를 최대한 더 늘려 우리 경제를 튼튼히 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창조경제 정책 방향에 맞춰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이 화답한 셈이다.
삼성의 이번 프로젝트는 과거 대기업 총수들이 사법부 심판대에 올랐을 때 마지못해 내놓은 것과는 사뭇 다르다. 국가 산업기술의 발전과 혁신 과정에 기여하고 고급 두뇌를 양성하는 일에 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다. 재단 운영과 지원 방식도 연구·개발자에게 초점을 맞췄다. 개발자가 연구개발 성과물을 소유토록 함으로써 최대 성과를 내도록 한 것이다. 기술 상용화에 따른 이익을 환수하는 기존의 과학기술 분야 펀드들과는 대조적이다.
연구자에게 연구 기간·절차·예산 등에 관한 자율권을 최대한 주기로 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연구비를 지원하는 ‘갑’이 수혜자인 ‘을’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던 관행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 재단의 지원을 받은 연구자들 중에서 혁신적인 수익 모델과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벨상까지 받는 이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 재단이 질병·교육·식량 등 인류의 공통 이슈를 첨단기술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연구단체를 후원하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과학·공학·메디컬 분야의 연구자를 지원하는 케크재단처럼 공익재단으로 자리 잡기 바란다. 국내 다른 그룹들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