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 붓고 출혈… 혹시 고혈압약 탓?
입력 2013-05-13 17:17
얼마 전부터 잇몸이 붓는 증상이 나타난 이모(54)씨는 약국에서 잇몸 약을 구입, 복용했다. 그러나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오히려 덩어리가 생긴 듯 잇몸이 더 부풀어 오르고 피까지 나기 시작해 치과를 찾았다.
치과 의사는 자세한 문진과 함께 검사를 해보더니 그의 잇몸이 붓고 출혈을 일으킨 원인이 세달 전부터 복용해온 고혈압 약 때문인 듯하다고 진단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잇몸이 부어오른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실제로 이씨는 “치과 의사의 권유대로 고혈압 약을 다른 종류로 바꾸자 붓기가 가라앉았다”며 “그동안 고혈압 약이 잇몸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잇몸이 평소보다 부어오르거나 부피가 커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보통 치주질환을 의심하기 쉽다. 그러나 약물의 부작용, 틀니 등 보철물의 이상, 불규칙한 치열 등 다른 원인에 의해 잇몸이 붓고 커져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 목동중앙치과병원 변욱 병원장은 “특히 혈압 약을 복용한 뒤 잇몸이 자주 부을 경우 약물에 의한 부작용일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주치의와 상담, 약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며 “고혈압 치료를 위해 ‘베타칼슘차단제’를 복용하는 환자 중 10∼20%가 잇몸증식이나 출혈 증상을 겪을 정도로 사례가 적지 않다”고 경고했다.
베타칼슘차단제는 칼슘이 세포 내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해 혈압을 내리는 원리다. 혈관이 좁아지는 것을 막아 정상 혈압을 유지하게 하는 베타칼슘차단제는 혈압을 내리는 작용이 완만해 노인에게 적합하며 협심증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치태가 있는 사람, 치주질환이 있는 사람, 잇몸이 패인 사람 등이 베타칼슘차단제를 3개월 이상 장기간 복용하면 잇몸 주위에 약물이 고농도로 축적되면서 잇몸이 자라서 커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예방을 위해선 무엇보다 잇몸을 청결하게 관리,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 병원장은 “특히 꼼꼼한 양치질로 치태가 쌓이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아울러 그동안 복용해온 고혈압약 등이 문제라면 약을 다른 성분으로 바꾸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