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철 영·유아 전염성 질환 주의해야”

입력 2013-05-13 17:22


최근 초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기온과 습도가 동시에 올라가면서 각종 질병을 전파하는 바이러스들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의 경우 이들 바이러스의 공격 목표가 되기 쉬우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때다.

날씨가 따뜻해 가족 나들이가 많아지는 가정의 달, 5월에 주의할 것은 식중독뿐만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뇌수막염, 수족구병, 구내염, 바이러스성 장염 등에 걸려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윤기욱 교수와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변정혜 교수의 도움말로 요즘 더위에 활개를 치는 각종 바이러스들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본다.

◇뇌수막염=뇌수막염에 걸리면 대개 38도 이상의 고열과 함께 두통이 발생한다. 또 목이 뻣뻣한 느낌이 들면서 앞으로 머리를 굽힐 수 없는 ‘경부경직’ 현상과 함께 구토 증세를 보인다. 뇌수막염은 뇌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에 염증이 생기는 수막염을 합친 말이다. 바이러스성과 세균성, 두 종류가 있다.

어느 경우든 뇌와 척수에 근접한 뇌막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고, 신경계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아주 중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치료 후에도 뇌신경마비, 간질발작, 어지럼증, 보행 장애 등이 후유증으로 남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신경계 후유증이 감염 초기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영·유아와 어린이들에게서 열이 심하게 나는 등 감염 질환이 의심될 때는 감기뿐만 아니라 뇌수막염 발생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적극적인 원인 규명과 더불어 조기 치료대책을 세우는 게 안전하다.

뇌수막염에 걸렸는지 여부를 확진하기 위해선 척수검사가 필요하다. 일정량의 척수액을 주사기로 뽑아 염증 세포가 섞여 있는지 체크하는 검사다. 이 검사는 그것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탓인지, 세균에 감염된 탓인지 확인하는 데도 필요하다. 이 때는 별도로 균 배양 검사를 해야 한다.

◇바이러스성 장염=요즘과 같은 나들이 철에 어린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배탈과 설사는 로타바이러스와 노로바이러스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전염성이 강한 로타바이러스 장염이 영유아들에게 많이 나타나 부모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로타바이러스 장염은 심한 수양성(물기가 많은) 설사 및 구토를 동반해 탈수증도 합병하기 일쑤다. 바이러스성 장염을 극복하려면 발병 초기부터 적극적인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바이러스성 장염은 본래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는 유행병이었다. 그런데 예방백신의 등장과 함께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많이 유행하는 시기가 5월 전후 나들이 철과 겹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주목된다.

또 영유아기를 벗어나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획득, 이 질환에 감염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들어 좀더 나이가 많은 학동기 아이들에게서도 자주 발생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예방을 위해선 가능한 한 영유아기에 로타바이러스 예방백신을 접종하고, 수시로 손 씻기 등 개인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내염=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 등에 감염돼 입 안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병이다. 바이러스성 구내염으로는 헤르페스성 구내염이 가장 흔하다. 이 병에 걸리면 입 안 점막에 작은 궤양이 생기면서 고열이 나거나 목의 임파선이 붓는 증상도 나타난다.

심한 경우 입 안 점막에 출혈, 심한 궤양, 수포 등이 일어날 수 있으며, 침을 삼키기가 힘들 정도의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의사표현이 어려운 어린 아이들의 경우 대개 고열로 인해 음식을 잘 섭취하지 못하고 심하게 보채는 증상을 보인다. 따라서 부모의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헤르페스성 구내염 증상은 보통 7∼10일간 지속된다. 국소 진통제를 발라주는 것으로 대부분 곧 진정되지만, 증상이 아주 심할 때는 먹는 항바이러스제 또는 주사제를 투약해 치료하기도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건강관리를 잘 해야 한다. 또 입안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양치질 등 철저한 구강위생 관리도 중요하다.

◇수족구병=5세 이하 어린이들이 모여서 장시간 생활하는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급속히 퍼져 해마다 사회문제가 되곤 하는 병이다. 주로 엔테로 바이러스와 콕사키 바이러스 감염으로 걸리며 흔히 생후 6개월에서 5세까지의 영유아들에게 나타난다.

주요 증상은 수포(물집)다. 3일에서 5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손바닥, 손가락의 옆면, 발뒤꿈치나 엄지발가락 그리고 입안에까지 물집이 잡힌다. 크기는 쌀 한 톨이나 팥알만하다. 수족구병은 다행히 발병 시 대부분 7∼10일 후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하지만 뇌염, 심장염 등 합병증을 일으킬 경우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으므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아이들의 손발 등에 이상한 수포 및 발진이 보일 경우 일단 수족구병을 의심, 서둘러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안전하다. 해마다 일부 아이들에게서 생각지도 못했던 무균성 뇌수막염이나 뇌염, 또는 심내막염을 합병해 생명이 위험해지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족구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이는 수족구병을 일으키는 장바이러스의 종류가 70가지가 넘을 정도로 많아 일일이 대응하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따라서 현재로선 외출 후 양치질 및 손 씻기, 물 끓여 마시기 등 철저한 개인위생관리가 최선·최고의 예방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수족구병이 발생하면 되도록 집에서 쉬도록 격리 조치하고,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나 주변 환경도 깨끗이 소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