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 연구중심대학병원의 성공조건

입력 2013-05-13 17:22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말 10개 대학병원을 2013년도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하고 앞으로 3년 동안 그 효력이 유지된다고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에도 새 연구중심병원을 추가 지정할 계획이다. 앞으로 연구중심병원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무엇을 갖춰야 할까.

첫째, 연구중심병원은 연구중심대학이 만든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다. 아직도 우리나라 의학교육은 과거 20세기 산업화시대에 적합했던 ‘훌륭한 의사’ 양성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는 세계 수준의 의생명과학자와 의학 관련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의과대학은 진료중심대학으로서 실용적인 의학교육을 통해 훌륭한 임상의사 양성하기를 계속하되,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은 본래의 설립취지에 맞게 선진화된 교육목표와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도입해 창의력이 풍부한 의과학자를 양성하는 전진기지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미국은 이미 50년 전인 1964년에 하버드와 존스홉킨스 의학대학원에서 의학-이학 박사학위과정(MD-phDd program)을 도입했고, 지금까지 80여개의 의학대학원을 통해 1만5000여명의 의과학자(medical scientist)를 배출했다. 이들 중에는 노벨 의학상 수상자도 여러 명 나왔다.

둘째, 대형병원들은 규모 확장 경쟁에 사용되는 재정을 진료 및 연구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일에 쓰도록 해야 한다. 대형병원의 팽창은 결과적으로 의료연구 수준의 질적인 발전을 저해하여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의료 환경에서는 임상교수들이 진료에 얽매여 연구할 시간을 낼 수가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서 훌륭한 임상연구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임상교수들의 연구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의료수가를 현실화함으로써 임상교수들의 진료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셋째, 의과대학생들도 임상의사가 되려고 애쓰지 말기 바란다.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는 의과대학 졸업생 가운데 기초의학 전공 비율이 1∼2%도 안 되는 현실에선 의학연구를 세계화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 젊은 의사들은 시야를 더 넓혀 당장의 실리에만 치중하지 말고 더 넓고 더 멀리 보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환자진료뿐 아니라 질병예방과 건강증진 등 보건 분야에도 많은 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또 의사들에게는 의료정책 및 경영자, 법의학자, 환경의학자, 군의관, 제약사의 신약개발 연구자로서의 역할도 중요한 까닭이다.

물론 이 꿈을 이루는 데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연구중심병원에 대한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충분히 해주면서 연구중심대학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동일한 재정지원과 병역특례 등 인센티브 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