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한용섭]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거듭나는 한미동맹
입력 2013-05-13 17:38
“나눔과 배려의 정신을 기반으로 지구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해 나가야 한다”
지구상에서 한·미동맹을 가장 부러워하고, 가장 두려워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두말할 것 없이 북한이다.
1990년대 중반 북한 붕괴론이 한창이던 때 한 북한학자가 필자에게 말했다. “한 선생, 남한이 잘산다고 자랑하지 마시오. 북한이 못사는 이유는 북한이 운이 없어서 붕괴된 소련의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오. 남한이 잘사는 것은 운이 좋아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의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오. 남한이 잘사는 것은 운이 좋아서 그런 것이니 자랑하지 마시오.”
남한이 잘사는 것은 운이 좋아 미국의 친구가 되었기 때문인가? 필자는 반박했다. “남한이 미국을 동맹국으로 삼은 것은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승만 대통령의 외교 전략이 성공한 때문이오. 미국은 원래 한·미동맹을 원하지 않았으나 북한의 남침 이후 이 대통령이 온갖 노력을 다해 미국과 협상을 벌여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었소. 결국 남한의 전략적 선택 결과 한·미동맹이 체결되었소.”
6·25전쟁 이후 지금까지 북한은 공산주의하의 한반도 통일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 미국의 개입 탓이라며 미국을 원수보다 더한 ‘원쑤’로 간주하고 있다. 북한이 못사는 이유가 미국이 유지하고 있는 한·미동맹과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에 맞서 선군정치 노선을 채택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매진했는데, 이는 북한의 외교전략 실패를 보여줌에 다름 아니다.
이 대통령은 6·25전쟁 이후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을 극복하고 한국의 안보와 번영을 지속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을 맺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다음 날 “우리 후손들은 대대로 이 조약의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 후 60년 동안 한국은 한·미동맹을 계속 발전시키고, 미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벤치마킹해 세계 10위권의 선진국가로 발돋움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이 나왔다. 한·미동맹의 60주년을 회고하고 향후 발전방향을 제시한 훌륭한 장전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핵 공갈과 전쟁협박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에 한·미 양국의 정상은 북한 핵에 대한 억지력을 제고함과 동시에 북한이 비핵화로 돌아올 수 있도록 대화의 문이 열려 있음을 분명하게 밝혔다. 한·미동맹이 공고함을 전 세계에 보임으로써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잠재우는 효과도 거두었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신 개념을 설명했고, 미국은 이에 공감과 적극적인 지지를 나타냈다. 나아가 한국은 경제적 상호의존도는 엄청나게 높지만, 안보 면에서 여전히 갈등과 경쟁관계에 있는 동북아의 역설을 극복하기 위해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 필요함을 미국에 설명했고, 한·미 양국은 동북아에서의 평화협력시대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박 대통령은 한·미동맹 60주년의 혈맹관계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미국 상하 양원 합동연설에서 3대에 걸쳐 한국전에 참전 혹은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모건(Morgan) 가문을 소개했다. 한때 맥아더 동상을 부수려고 달려갔던 소수의 한국 국민들이 있었던 때를 생각해 보면 우리의 자유와 발전의 원동력이 돼온 한·미동맹을 지키고 가꾸어 온 양국의 지도자와 한·미 양국의 국민들에게 감사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한·미동맹의 혜택을 가난하고 인권이 없는 세계로 돌려줄 때가 됐다. 한·미동맹이 60년 앞을 내다보면서 지구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기 위해 ‘글로벌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한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 국제협력단과 미국 평화봉사단이 지구촌 곳곳에서 협력하며 봉사하기로 했다. 한·미 양국이 나눔과 배려의 동맹정신을 세계로 펼쳐 나갈 때 많은 도전과 난관이 있겠지만 겸손과 사랑의 자세를 유지한다면 훌륭하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용섭 국방대 교수·한국핵정책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