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현욱] 한미 정상회담 성과와 과제

입력 2013-05-13 17:38


4박6일 일정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이 이뤄졌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박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으로서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이해 이뤄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실무방문이었음에도 상·하원 합동연설이 이뤄졌다는 것과 한·미동맹 60주년 공동선언 발표도 큰 성과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성과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최근 냉각기에 접어든 한반도 문제와 관련, 한·미 정상이 원칙에 입각한 단호한 대북정책을 재확인한 것이다. 오랜 기간의 대북협상 동안 북한 핵무기는 폐기되지 못했으며 오히려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점점 더 심화시켜 왔다. 이에 한·미 양국은 북한이 핵 폐기에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 계속해서 단호한 입장을 보이되, 대화의 문은 열어놓겠다는 투 트랙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하였다. 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설명했고, 긍정적 반응을 얻어냈다.

두 번째는 한·미동맹의 심화 발전이다. 동맹 60주년을 맞이하여 양국 정상은 기존의 포괄적 전략동맹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하는 데 의견을 같이하였다. 즉, 공동선언문에서 양측은 한·미동맹이 아시아 안보의 린치핀이라는 것을 재확인하였고, 대북정책에 있어 단호한 입장을 보였으며, 한반도 통일의 3원칙인 비핵화, 시장경제, 민주주의를 언급하였다. 또한 평화적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였으며 한·미동맹이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진전하고 있음을 언급하였다.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21세기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진화하기 위한 세 가지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였으며, 이는 한반도 평화통일의 기반 구축, 동북아 평화협력체제 구축, 지구촌 평화번영에의 기여이다. 각각의 범주와 관련하여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전 인류 행복에의 기여 등을 제시하였으며, 이는 2009년 포괄적 전략동맹을 한반도, 지역, 글로벌 범주로 확대한 이후 이들의 내용을 구체화한 좋은 진전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에는 여러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우선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 한·미 간 대북공조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상황을 풀기 위한 근본적 해법이 부재한 상황이다. 결국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한국 주도로 추진되어야 하며, 북한이 미국을 주요 협상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주도적인 외교력이 필요해진다. 또한, 신뢰프로세스가 가동되더라도 성공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신뢰프로세스의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신속하게 보완되어야 한다. 또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구체화가 필요하다. 이미 동북아 지역과 관련 비정치적 분야에서 협력을 시작하자는 내용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그리고 미·중 양국의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는 구체적 내용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두 번째 과제는 포괄적 전략동맹의 로드맵 마련이다.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제시된 포괄적 전략동맹의 세 가지 원칙은 한국의 입장이며, 이는 미국과 2+2 회의에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포괄적 전략동맹이 앞으로 제도화되기 위해서 한·미 양국은 한반도, 지역, 글로벌 차원에서 동맹의 전략적 목적을 공동화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양국 군 능력의 운용방안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양국은 앞으로 여러 현안을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먼저 이달부터 한·미 양국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시작한다.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하기 위한 굳건한 한·미연합 태세의 준비 또한 필요하다. 한·미 원자력협상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은 한국에 굉장히 중요하다는 언급을 하였다. 2년 연기된 협상기간 동안 우리가 원하는 협정내용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많은 성과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해결에 큰 기반이 되길 희망하며, 이를 위한 실무진의 지속적인 노력을 기대해 본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