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숙인 20명 특급호텔 직원 된다
입력 2013-05-13 01:25
노숙인 출신 호텔리어(호텔 직원)가 이르면 다음 달 서울에서 탄생한다.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으로 노숙인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와 조선호텔이 협력한 결과물이다.
서울시는 노숙인 20명이 조선호텔 등 서울의 특급호텔에 정식 채용돼 근무하게 된다고 12일 밝혔다. 이들은 오는 20일부터 열흘간 조선호텔에서 근무에 필요한 이론·현장 교육을 받은 후 호텔의 객실청소 업무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노숙인 교육과 채용은 시가 지난해 10월 8일 조선호텔과 체결한 업무협약의 후속조치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과 성영목 조선호텔 대표는 노숙인 자립·자활 지원을 위한 ‘서울시·조선호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시는 성동구의 노숙인 자활·보호시설인 게스트하우스를 통해 조만간 남녀 노숙인 각 10명씩을 선발해 호텔로 보낼 계획이다. 호텔에서 근무할 이들은 신원이 분명하고, 신용불량 상태가 아니며 자활의지가 강한 노숙인들 중에서 선발된다.
이들은 조선호텔의 담당 과장·팀장·전문강사 등으로부터 호텔 근무에 필요한 이론 및 현장교육을 받게 된다. 이론교육은 감성교육·자존감 회복·시청각 교육, 현장교육은 다과회·진공청소기 및 스크러빙 기계 사용법·왁스작업과 식기류 세척기 활용법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31일 오전 조선호텔에서 수료식을 가진 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조선호텔 등 시내 특급호텔에서 근무하게 된다. 근무시간은 주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보수는 최대 월 135만∼140만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근을 하면 별도 수당도 지급된다.
조선호텔은 오는 9∼10월 제2기 희망 호텔리어 교육을 통해 비슷한 규모의 노숙인 출신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시는 밝혔다.
김건태 시 자활시설팀장은 “노숙인 중에는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일시적으로 집을 나왔지만 노숙인 시설에 기거하며 사회복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이들도 많다”며 “호텔리어는 소득도 어느 정도 보장되는 안정적인 일자리여서 이들의 자립과 사회복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