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홍보수석이 지시” “전혀 그런 적이 없다”…‘귀국 종용’ 진실게임

입력 2013-05-13 00:43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서 그의 귀국이 자의인지, 아니면 이남기 홍보수석이 종용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이 수석이 왜 박근혜 대통령에게 늑장보고를 했는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청와대가 귀국 종용(?)=윤 전 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에서 “경제인 조찬 행사를 마치고 이 수석한테 전화가 와 영빈관 앞에서 만났다”며 “그러더니 ‘재수 없게 됐다.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잘못이 없는데 왜 일정을 중단하느냐. 그럴 수 없다’고 했지만 이 수석이 ‘오후 1시반 비행기를 예약해놨으니 (미국을) 나가라’고 해 내 카드로 비행기 좌석표를 사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굉장히 쇼크를 먹은 상태였고 (상·하원 연설에) 들어갈 시간은 가까워오고 해서…”라며 “귀국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한 건 전혀 없다”고 윤 전 대변인 주장을 일축했다.

◇한국행 비행기 예약, 누가 했나=윤 전 대변인은 “비행기는 청와대가 예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수석은 “미국 경찰에 소환돼 조사받을 수 있고 귀국해 수사받을 수도 있다는 설명을 행정관을 통해 전했고 본인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8일 오후 1시30분(이하 현지시간) 인천공항행 대한항공편은 윤 전 대변인 명의의 카드로 오전 9시50분쯤 결제됐다. 미국 결제 시스템은 본인이 직접 여권을 소지하고 결제해야 예약이 이뤄진다. 청와대가 대신 항공편을 예약할 수 없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미 대사관 측으로부터 사건을 들은 게 오전 8시가 훨씬 넘어서다. 이 수석은 윤 전 대변인을 오전 9시10분쯤 만났다. 항공편을 예약할 물리적 시간조차 없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사건 직후 인지”=워싱턴 한국문화원 관계자에 따르면 문화원 직원은 오전 7시 조금 넘어 인턴 직원이 패어팩스 호텔 한 사무실에서 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문화원 직원과 인턴 직원은 오전 8시를 전후해 함께 경찰에 성추행 사건을 신고했고 이를 곧바로 청와대 행정관에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수석은 성추행 의혹을 사건 발생 만 하루가 지나서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수석은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본인 차원에서 막으려 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