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밤새 술판?…이남기 늑장보고 은폐?

입력 2013-05-12 22:37

대통령을 수행하던 대변인이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희대의 의혹이 벌어진 그날,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밤새 술을 마셨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첫 해외 출장을 보좌하던 청와대 참모진의 기강이 알려진 수준보다 심각하게 해이했던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다.

◇윤창중 밤새 술판 벌였나=미국 경찰의 사건 보고서에 따르면 워싱턴 호텔 바에서 성추행 의혹 사건이 벌어진 시간은 7일(현지시간) 오후 9시30분부터 10시 사이다. 윤 전 대변인은 술을 마신 뒤 숙소로 돌아왔다고 했고,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수면을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8일 0시30분에서 새벽 2시 사이 호텔에서 윤 전 대변인을 목격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어 윤 전 대변인은 일부 직원과 술을 또 마신 뒤 새벽 3시쯤 호텔에서 나갔다가 새벽 4시30분에서 5시 사이에 돌아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때 윤 전 대변인에게서 술냄새가 심하게 났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 워싱턴 현지 대부분의 술집은 자정쯤이면 문을 닫는다. 아예 새벽 2시까지밖에 영업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윤 전 대변인이 새벽 3시에서 5시 사이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미스터리인 셈이다.

◇홍보수석은 늑장보고=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을 사건 발생 만 하루가 지나서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명백한 늑장보고를 두고 이 수석은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고, 늑장보고 자체를 은폐하려 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이 수석은 11일 청와대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성추행 의혹을) 안 게 현지시간으로 8일 아침이고 9일 아침에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8일은 대통령도 바쁘고 피곤해 (숙소로) 빨리 들어가셨다”며 대통령 핑계를 대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러나 이 수석은 지난 10일 “이번 사건의 내용을 파악한 직후 대통령께 보고 드렸고 그 즉시 조치를 취했다”며 신속히 보고한 것처럼 말했다. 이 수석이 대통령 방미 도중 윤 전 대변인 사건이 현지에서 논란이 되는 경우를 막으려 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건이 국내에서 공론화되도록 최대한 보고 시기를 늦췄다는 것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