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등” 유통업계 순위싸움 요지경

입력 2013-05-12 18:58 수정 2013-05-12 23:15

유통업계가 서로 ‘업계 1위’를 외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순위 싸움이 오히려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특히 업체들이 매출액, 취급액, 점포 수 등 제각각 다른 기준을 적용하거나 관련 수치를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12일 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업체들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1위를 외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발표된 후 CJ오쇼핑은 매출액 1조773억원을 기록, 업계 1위인 GS샵의 1조196억원을 앞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래액(거래한 상품 가격의 총액)을 기준으로 할 경우 GS샵이 3조210억원, CJ오쇼핑은 2조8539억원으로 여전히 GS샵이 앞섰다. GS샵은 “유통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매출액이 아닌 거래액을 기준으로 순위를 정한다”고 주장했다. CJ오쇼핑은 “거래액은 회사마다 기준이 달라 공식적인 지표가 될 수 없다”며 “공시에서 인정하지 않는 숫자로 순위를 말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오픈마켓도 홈쇼핑과 마찬가지로 거래액 기준으로 업계 순위를 정한다. 하지만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 측은 거래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고, 11번가는 지난해 거래액 4조6000억원을 밝히면서 서로 ‘2위’를 주장하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이베이 측이 거래액수를 공개하지도 않으면서 2위라고 주장한다”고 꼬집었다. 이베이 관계자는 “거래액을 공개할 수 없지만 옥션이 2위”라며 “수치가 비슷해 확고한 2위가 없기 때문에 벌어진 논란”이라고 말했다.

반면 매출액과 점포 수를 종합해 순위를 매기는 백화점의 경우 각 업체의 매출액 규모가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논란이 적다. 매출액 기준으로 1위 롯데백화점은 13조원, 2위 현대백화점은 6조7000억원, 3위 신세계백화점은 6조3000억원이다.

유통업계의 지나친 순위 싸움에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고 말한다. 직장인 정윤경(31)씨는 “서로 지나친 순위 싸움을 하는 것을 보면 내실보다 허울을 추구하는 것 같아 오히려 믿음이 덜 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이나 홈쇼핑의 경우 오프라인과 달리 직접 물건을 보고 살 수 없다는 점에서 1위 이미지는 제품 구매에 중요한 기능을 할 것”이라면서도 “각자 유리한 사항을 앞세워 1위를 강조한다면 소비자들이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