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타당성 조사해 지방 국제행사 남발 막도록

입력 2013-05-12 18:31

지방자치단체가 ‘묻지마’ 식으로 유치한 국제행사는 지방재정을 좀먹는 것은 물론 국고 낭비까지 초래하는 골칫거리인 만큼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당연한 결과다. 앞으로 지자체가 무분별하게 국제행사 유치를 할 수 없도록 관련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고, 이미 개최한 ‘애물단지’ 행사는 퇴출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국고 낭비 및 지방재정 손실의 대표적 사례로 2010년부터 개최된 전남도의 국제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가 꼽힌다. 지난 3년간 누적 적자액이 1700억원을 넘는 데다 올해 200억원대, 2016년까지 모두 4855억원의 손실이 나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1112억원의 운영수익을 낼 것’이라는 전남도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인천시가 2009년 주관한 ‘세계도시엑스포사업’과 ‘세계도시축전’도 예외는 아니다. 121억원의 예산을 날리고 152억원의 적자를 봤다. 지자체가 과시할 만한 실적을 만들기 위해 손익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무리하게 유치전에 뛰어든 탓이다.

이에 기획재정부 국제행사심사위원회는 지난 6일 개정된 ‘국제행사관리지침’을 근거로 10억원 이상의 국고 지원을 요구하는 국제행사 7건을 대상으로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총사업비 50억원 이상인 2014 부산국제영화제, 2015 괴산 세계유기농엑스포, 2016 세계친환경디자인박람회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담당하고 총사업비 50억원 이하인 2014 대전산림치유국제박람회, 2014 부산비엔날레, 2014 진주국제농식품박람회, 2014 세계헌법재판회의총회는 기재부 전문위원회가 맡는다고 하니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적절한 조치다. 행사의 필요성, 소요 경비와 재원조달 계획의 적정성, 외국인 유치 계획의 실현 가능성 등 실익을 제대로 따져보고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단체장의 치적을 위해 겉만 번드르르하고 실속은 없는 외화내빈의 행사는 더 이상 허용돼서는 안 된다. 이미 열렸거나 열리고 있는 적자성 국제행사도 구조조정돼야 마땅하다. 세금만 낭비하는 전시성 행사는 그렇잖아도 쪼들리는 지방재정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지난해 재정이 바닥나 공무원의 수당조차 제때 주지 못한 인천시를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

무조건 열고 보자는 한탕주의식 지역 축제도 적절히 통제돼야 한다. 지역 특성에 비춰 꼭 필요한 사업은 개최돼야 하겠지만 인기에 영합한 베끼기로 늘어나는 유사·중복 축제는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 재정을 나몰라라하는 ‘행사 포퓰리즘’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사전 심사뿐 아니라 행사 후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