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거센 ‘乙의 분노’에… 식품대기업들 “상생”

입력 2013-05-12 18:31 수정 2013-05-12 18:32


남양유업 사태로 위기에 처한 식품업계가 부랴부랴 대리점과의 상생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반성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밀어내기’ 등 불공정 거래 관행이 있었던 식품업계에서 뒤늦은 자성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빙그레 이건영 대표이사는 최근 사내 인트라넷에 글을 게시하며 직원들에게 윤리경영을 강조했다. 이 대표이사는 “앞으로 부당한 행위로 의심되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말라”며 “협력업체와 대리점에 관해 불공정거래 행위 및 재판매, 가격 유지 행위를 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CJ제일제당은 대리점주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직통 게시판을 운영 중이다. 대리점에서 건의사항이 올라오면 본사 담당이 24시간 안에 해결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사조그룹은 내부 직원의 교육을 강화하고 대리점주와의 간담회를 월 2회 수준으로 확대실시하기로 했다. 롯데푸드는 대리점주와 계약을 할 때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다른 단어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눈길도 있지만 이미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사회적 지탄을 받은 뒤에야 개선 방안을 내놓는 모습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라도 ‘갑의 횡포’를 막고 건전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도 “보여주기 식이 아닌 실제적인 상생으로 이어질지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편 남양유업대리점주협의회는 전국 대리점주의 권익을 대표하는 협의회를 만들 계획을 밝혔다. 20여명의 일부 피해점주들로 구성됐던 기존 협의회를 전국 점주들을 대표하는 단체로 재탄생시키겠다는 의미다.

협의회 관계자는 “같은 피해 사례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고 본사의 횡포를 상시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단체를 확대 출범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