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66년만에 민주적 정권교체

입력 2013-05-12 18:22 수정 2013-05-13 00:46
파키스탄이 인도에서 분리 독립한 지 66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적 정권교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제1야당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의 나와즈 샤리프 총재는 선거가 치러진 11일 밤(현지시간) 모여든 지지자들 앞에서 총선 승리를 선언하고 차기 총리에 오르겠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샤리프 총재는 “우리가 최대 당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신께서 우리에게 파키스탄을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데 감사한다”고 자축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개표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PML-N이 연방하원 342석 가운데 127석을 확보해 압도적 1위를 굳히고 있다. 2당은 크리켓 ‘국민 영웅’ 임란 칸이 이끄는 친이슬람 야당 테흐리크-에-인사프(PTI)로 34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선거 정국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PTI는 패배를 인정했지만 이슬람 강성 지역인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크와주에선 최다득표를 기록한 것으로 나와 주정부 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반면 집권 여당인 파키스탄인민당(PPP)은 제3당으로 추락할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승리에도 불구하고 PML-N이 과반을 확보하기는 어려워 보이며 연립정권 출범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샤리프 총재도 세 번째 총리직에 도전하기 위해선 의석을 확보한 다른 정당들과의 연정 구성이 필수적이다. 그는 이날 “파키스탄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정당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합집산을 거쳐 새 정권이 출범해도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테러로 얼룩진 정국 불안과 심화된 경제난, 뿌리 깊은 부패 문제는 첫 민선 정부의 선결과제로 꼽힌다. 2008년 총선 당시 125석을 획득하며 정권을 잡았던 PPP도 공약 이행에 실패하며 이번 선거에서 성난 민심의 외면을 받았다.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1977년 이래 최고치인 60%에 육박할 정도로 전 국민의 관심 속에 치러졌다. 하지만 선거 당일에도 파키스탄 곳곳에서 총 40여건의 테러가 발생해 최소 250여명의 사상자가 나오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이슬람 율법에 배치된다며 민주주의를 부정해 온 파키스탄 탈레반은 투표일에도 유권자들에 대한 공격을 자행했다. 현지 선거관리 당국은 위협 속에서도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을 위해 전국 투표마감 시각을 1시간 연장시켰다. 탈레반의 총격을 받고 극적으로 살아난 말랄라 유사프자이도 파키스탄 일간지에 “한 표가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투표 독려 메시지를 보내 큰 관심을 모았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