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연속 오바마… ‘집권 2기의 저주’ 우려

입력 2013-05-12 18:22


겹겹이 어려움을 만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기의 저주(second-term curse)’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 보도했다. ‘2기의 저주’는 재선에 성공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미국 대통령들이 뜻밖의 난관에 봉착하는 바람에 정치적 타격을 입어온 징크스를 말한다.

현재 오바마 대통령은 ‘산 넘어 산’인 상황이다. ABC방송은 지난해 9월 리비아 벵가지에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가 피살되는 사태가 일어난 직후 작성된 중앙정보국(CIA) 보고서가 국무부의 압력으로 12차례 수정됐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로 인해 사건 발생 수개월 전 CIA가 테러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었다는 문구가 보고서에서 사라지고, 알카에다 연계 단체가 테러에 가담했다고 적힌 구절도 삭제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친 다음에야 의회에 제출됐다.

국세청(IRS)이 ‘티파티’와 관련단체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는 사실도 정치적 파장을 낳고 있다. 티파티는 고비 때마다 공화당의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해 온 최대 보수 정치단체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권력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로이스 러너 IRS 면세국장은 “실수가 있었지만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며 논란을 빚은 데 사과했다.

최악의 여야 대립으로 빚어진 ‘시퀘스터’(예산 자동삭감) 사태도 해결될 기미가 없다. 9월까지 850억 달러의 국방예산이 감축되는 바람에 동맹국들의 불안이 깊어지고, 공무원들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무급 휴가를 떠나는 상황이다. WP는 “일부 친오바마 정치인들까지 (백악관과) 의회와의 관계 소홀이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연 현 정부는 ‘저주’에 걸린 것일까. ‘2기의 저주’는 연방대법원이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최대 업적으로 꼽히는 뉴딜정책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 행정부와 사법부 간 갈등을 빚은 이후 끊임없이 되풀이됐다. 최근의 사례만 보더라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에 개입한 사실이 알려져 사임해야 했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행정부는 이란에 미사일을 판매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희대의 혼외정사 스캔들로 탄핵 위기까지 몰렸다. 오바마 대통령의 전임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되면서 역대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미국 정치사를 연구해 온 역사가 마이클 베스클로스는 “지난 80년간 2기 임기를 맞은 거의 모든 대통령이 ‘저주’를 겪었다”며 “우연의 일치인지 백악관의 구조적인 문제인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이 특유의 정치력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정쟁을 해결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