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엔低’ 사실상 방치에 국내 수출기업들 한숨소리
입력 2013-05-12 18:16 수정 2013-05-12 23:10
“엔저 현상과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급격한 환율 변화, 경쟁사 증가 등 대외변수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입니다.”(스틸플라워) “반복되는 경제위기 및 엔저 영향 우려로 시장 전망에 대한 어려움이 확대되고 있습니다.”(두산인프라코어) “2013년 일본의 엔저 지속으로 가격 경쟁력이 일부 약화될 것으로….”(대한제당)
국내 수출기업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하는 각종 보고서에는 엔화 약세에 대한 두려움과 난감함이 녹아 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외국돈으로 환산되는 일본 상품의 가격은 크게 낮아진다. 같은 품목이라면 한국산이 일본산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재무회담에서 일본 정부의 엔화 약세 정책을 사실상 방치하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 ‘혹시나’ 하며 기대를 걸었던 수출기업 입에서 앓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엔저 때문에 엇갈리는 한·일 산업계의 희비는 자동차 부문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일본 자동차 기업은 ‘아베노믹스’ 지원을 등에 업고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도요타는 올 1분기 세계 판매량이 243만대로 세계 자동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모두 배 이상 늘었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5023억엔, 영업이익률은 8.6%다.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닛산도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744억엔으로 1년 전보다 47.7% 증가했다. 혼다 역시 1360억엔으로 21.4% 상승했다. 지난해 1분기 4%대였던 두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5%, 6.1%로 올라섰다.
반면 일본 자동차와 경쟁하는 현대·기아자동차는 고스란히 피해를 봤다. 현대차는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률이 도요타보다 2.5배 높았지만 올 1분기에는 그 차이가 0.1% 포인트로 바짝 좁혀졌다. 지난해 4분기부터 몰아친 엔저로 영업이익률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기아차도 올 1분기 영업이익이 7040억원으로 35.1%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2.8% 포인트 하락한 6.4%에 그쳤다.
기업의 부진은 증시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10일 현재 101.62엔으로 올 들어 17.1% 올랐다. 세계 주요국 통화 중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40.5%, 일본 토픽스지수는 40.8% 상승했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증시의 IBC지수(48.2%)에 이어 세계 2위다. 이에 비해 한국 증시는 코스피지수가 2.6% 하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강창욱 이경원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