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 ‘강아지 유치원’ 등장
입력 2013-05-12 18:14 수정 2013-05-12 20:56
‘딩동, 딩동’ 초인종 소리가 들리자 서울대 ‘강아지 유치원’ 신입생인 강아지 제니가 갖고 놀던 공을 버리고 소리 나는 곳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제니는 지난 4일 수의학과 동아리 ‘휴애니원’이 교내 강의실에 마련한 강아지 유치원에서 소리 적응 훈련 중이었다.
태어난 지 한 달반이 된 제니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소리에 당황하며 주인 주변을 빙글빙글 맴돌았다. 휴애니원의 한 학생은 제니 주인에게 “낯선 소리에 적응하는 훈련이 사회화 과정의 첫 단계”라며 “간식을 주거나 쓰다듬어 주면서 관심을 돌리면 소리에 적응해 문제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일러줬다. 제니는 진공청소기 소리, 압력밥솥 소리 등을 차례로 들으며 소리 적응 훈련을 계속했다. 12일 2주차 수업에서는 강아지들이 동물병원에서 공격성을 보이지 않게 발 끝, 귀 끝, 꼬리 끝을 만져주는 감각 훈련, 다른 강아지들과의 교감을 위한 냄새 훈련이 진행됐다.
애완견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강아지 ‘사회성 교육’까지 등장했다. 서울대 동아리 휴애니원은 강아지도 다른 동물이나 사람과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려면 사람처럼 제대로 된 사회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에 이 유치원을 기획했다.
강아지의 사회화에 가장 좋은 시기는 생후 3∼12주. 이때를 놓치면 ‘두려움 시기(Fear Period)’를 겪게 돼 새로운 것을 접할 때 공격성을 보인다고 한다. 현재 유치원 신입견(犬)은 5마리다. 일주일에 한 번씩 4주간 무료로 진행되는 유치원은 행동 교정을 위한 게 아니라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처럼 말 그대로 남과 어울리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돼 있다. 애견을 데리고 유치원을 찾은 선모(28·여)씨는 “사무실에서 함께 키우고 있는데 예전에 갇혀 살아서 그런지 많이 낯설어 한다”며 “불안해하는 모습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아지 유치원장 격인 동아리 대표 류성용(27)씨는 “여러 낯선 것을 다양하게 경험하지 못하면 주위 환경이 다 무섭게 느껴질 수 있어 애완견도 사회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