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도 불쾌감 주면 성폭력” 中·高 운동부 학생들 스포츠 인권교육

입력 2013-05-12 18:13

지난 8일 오후 4시. 서울 상도2동 동작교육청 4층 대강당에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의 100여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중·고등학교 운동부 소속인 이 학생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주제인 ‘스포츠 인권’에 대한 강의를 듣기 위해서였다.

지난 2011년 인권위가 제정한 ‘스포츠 인권 가이드라인’에 따라 서울시교육청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스포츠인권 강의’를 해오고 있다. 올해는 4월부터 7월까지 중·고등학교 학생선수와 지도자 6272명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 중이다.

강의를 맡은 경인여대 레저스포츠과 허현미 교수는 “교육적 차원이나 부모의 마음이라는 이유로 운동부 안에서 폭력이 일어나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또 동성 간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격려나 파이팅의 일환으로 신체접촉이 있을 수 있지만, 상대가 불쾌감이 있다면 이는 동성 간에도 성폭력”이라고 정의했다. 운동복을 갈아입을 때 노크 없이 문을 열거나 외모에 대한 농담도 성폭력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의가 진행된 한 시간반 동안 운동부 학생들의 눈은 반짝였다. 농구선수 김주성과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는 수영선수 장희진의 인터뷰 영상이 나오자 모두가 경청했다. 선배 선수들은 “은퇴 후를 미리 준비하면서 공부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의에 참석한 서울 성남고등학교 야구부 마백준(17)군은 “예전엔 기합도 받고 그랬던 적이 있었다지만 감독이 바뀌면서 아예 없어졌다고 들었다”면서 “친구들과 즐기는 분위기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유도부 김성문(18)군은 “최근 운동부 내 폭력은 거의 사라졌고 우애도 돈독해지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중·고등학교 운동선수 113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78.8%는 폭력 피해를, 63.8%는 성폭력 피해를 겪었다고 답했다. 당시 조사에선 폭력으로 인해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응답자도 56.4%나 됐다.

김미나 황인호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