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생활자들 ‘아우성’ 재테크도 더 힘들어져
입력 2013-05-12 18:09
가뜩이나 저금리 기조에 울상이던 이자 생활자(은행 예금 등에서 나오는 이자로 생활하는 계층)가 치명타를 맞게 됐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일제히 인하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부동산은 아직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고, 증시는 글로벌 통화전쟁 등으로 불안해 마땅한 재테크 수단을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돈을 불리기는커녕 지키기도 힘든 때”라고 말한다. 금융회사에서 주최하는 각종 재테크 세미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는 발길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NH농협은행은 14일부터 기존 예금상품의 금리를 0.2∼0.3% 포인트 낮춘다고 12일 밝혔다. 현재 연 2.2%인 일반 정기예금 금리가 1%대로 하락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연 2.4%인 예금금리를 연 2.2∼2.3%로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KB국민·기업·하나은행은 다음주까지 0.1∼0.2% 포인트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 정기예금과 비슷한 보험사의 저축성보험 공시이율(금리)도 현재 대형 보험사 기준 4%에서 3%대로 하락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연금보험과 퇴직연금 가입자가 은퇴 후 받는 연금도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타격을 받는 건 이자생활자와 은퇴자다.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 가구주의 연간 경상소득 2340만원 가운데 이자·연금 등 재산소득은 283만원으로 12.1%를 차지한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센터장은 “은퇴자는 금리 1%에도 민감하다”며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자금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연금저축 수익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퇴자를 비롯한 투자자는 재테크에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틈새’를 노리라고 조언한다. 무조건 자산을 처분하기보다는 환차익이나 비과세 혜택을 거둘 수 있는 상품을 찾거나 아예 해외 투자를 대안으로 생각해 보라고 제안한다.
신한은행 PWM프리빌리지 서울센터의 송민우 프라이빗뱅킹(PB) 팀장은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다 보니 자금 흐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제는 정기예금에서 벗어나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에 관심을 둘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 11일 열린 한 재테크 세미나에서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변하지 않는 것은 과거에 이미 확보된 자산가치”라며 “경기에 민감하지 않으면서 곳간이 두둑하고 배당률이 높은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금융상품에 섣불리 투자할 경우 낭패를 볼 가능성이 있다. 보유한 자산을 잘 지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예금 금리로는 재테크 자체가 어렵고 부동산이나 주식 등으로 재테크를 하기에는 여건이 안 좋다”며 “자산을 불리기는커녕 지키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자자의 고민이 깊어지자 금융회사가 주최하는 재테크 세미나도 잇따라 열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오는 24일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스타 테이블과 함께하는 KB자산관리 콘퍼런스’를 연다. 이날 세미나에는 주식·부동산·창업·세무 등 분야별 최고 전문가가 릴레이 강의에 나선다. KB금융의 여러 계열사가 참가할 뿐 아니라 일대일 맞춤 상담도 진행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