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부실’ 청와대 홍보수석실 문제점

입력 2013-05-12 18:00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계기로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총체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

홍보수석실은 대통령과 청와대를 대변하는 곳이다. 그래서 대통령 비서실에서도 가장 여론에 민감하고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보듯 박근혜정부의 홍보수석실은 여론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고, 안이한 인식과 아마추어적 대응으로 일관해 오히려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홍보수석실은 사건 발생 후 몇 차례 사태를 수습할 기회가 있었다. 전광삼 선임행정관은 8일 오전 인턴 여성의 경찰 신고 사실을 처음 전해 듣고 윤 전 대변인에게 귀국할지 말지 스스로 판단해 결정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당시 전 행정관의 보고를 받은 이남기 홍보수석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면 그 파장을 고려해 주도적으로 문제를 풀었어야 했다. 하지만 부하 직원에게 일 처리를 맡기는 등 초동대처가 미흡했고 사태 발생 후 50여 시간이 지나서야 언론에 공식 입장을 설명하며 늑장 대응했다. 또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기보다는 숨기는 데 급급했고 이번 사태를 윤 전 대변인 개인문제로 귀착시키려고 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려는 인상을 줬다.

현 홍보수석실은 이 수석부터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SBS 보도본부장과 SBS미디어 홀딩스 사장을 지낸 이 수석은 PD 출신으로 보도 쪽보다는 주로 기획·제작 업무에 종사해 왔다. 발탁 배경이 전문성보다는 특정인과의 친분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 기자들과의 스킨십도 떨어져 이정현 정무수석이 사실상 공보 업무를 하고 있다는 말까지 돌았다.

아울러 홍보수석실은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고 언론에 대해서조차 갑(甲)의 마인드로 대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출입기자들의 전화를 거의 받지 않아 기자들이 취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공식 브리핑 외에 개별적인 취재에는 응하지 않는 윤 전 대변인의 ‘불통’ 이미지까지 더해져 청와대의 언론 홍보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자신들이 사전에 몰랐던 기사가 보도되면 해당 언론사에 전화해 항의하거나 출입 기자의 개인적인 문제까지 거론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홍보수석실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대통령의 국정을 국민들에게 잘 알리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하지만 현 정부 홍보수석실은 국민보다는 대통령만 바라보는 홍보에 치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는 이 수석이 지난 10일 밤 윤 전 대변인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국민과 대통령에게 동시 사과한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번 사태는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일 일인데, 홍보수석이 대통령에게 사과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주영 의원은 12일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이 수석이 대통령에게 죄송할 수는 있지만 그건 자기네 개인일이다. (홍보수석이) 대통령에게 왜 사과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일침을 놨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