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속의 靑 사람들’ 바뀌나…이남기 사의
입력 2013-05-12 18:05 수정 2013-05-12 22:18
‘윤창중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 집권 77일 만에 청와대 전면 개편론이 급부상했다. 이번 사건이 윤창중 전 대변인 개인 문제가 아니라 새 정부 출범 이후 불거졌던 각종 인사 ‘참사’의 결과인 만큼 현 청와대 인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자격 없는 사람을 ‘1호 인사’로 단행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과 함께 차제에 ‘수첩 속의 사람들’만 쓰는 대통령 본인의 나 홀로 인선 스타일부터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은 12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청와대 소속 직원의 민망하고도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서 심히 마음 상하신 점에 대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 “무조건 잘못된 일로, 너무나 송구하고 죄송스러운 마음 금할 길 없다”고 사과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남기 홍보수석은 지난 10일 서울행 비행기 안에서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며 “저를 포함해 그 누구도 책임질 일이 있다면 결코 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허 실장의 대국민 사과는 이번 사태 불똥이 박 대통령에게로 튀는 상황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야권은 이 사건이 잘못된 청와대 인사 시스템이 야기한 ‘예고된 참사’라 주장하며 윤 전 대변인의 직속상관인 이 홍보수석은 물론 허 실장 이하 청와대 수석들의 전면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불통 인사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며 “남은 임기를 생각하면 몇 명 문책 등 땜질식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주영 의원은 “대변인이 술을 마신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청와대 기강이 해이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비난 여론이 확산되면서 청와대 스스로 ‘대통령의 사람들’로만 채워진 현 인사 시스템의 개선에 나설지 주목된다. 정·관계에선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비서관급에서 선임행정관으로 추락한 ‘인사참모’의 위상을 복원시키고, 공직기강비서관실 기능을 확대하는 한편 안전행정부 등 공직인사 관련 부처의 청와대 인사위원회 참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앞으로 참모 인선에서 외부 평판을 비롯한 객관적 자료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