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홍보수석 귀국 지시” VS “그런 적 없다… 본인 선택”
입력 2013-05-12 17:53 수정 2013-05-12 22:32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귀국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에선 이를 시인했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윤 전 대변인은 “미국 워싱턴에서의 급작스런 귀국은 청와대 홍보수석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도 했다. 반면 이남기 홍보수석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여성 인턴 성추행 여부, 윤창중 말 바꿨나=윤 전 대변인은 11일 서울 부암동 하림각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상당히 긴 테이블의 맞은편에 가이드가 앉고 제 오른편에 운전기사가 앉았는데 제가 어떻게 그 여성을 성추행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시간을 보내다 나오면서 그 여자 허리를 툭 한 차례 치며 ‘앞으로 잘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라고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또 호텔 방으로 여성 인턴을 불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가이드가 다음날 아침 내 방을 노크해 ‘여기 왜 왔어? 빨리 가’라고 문을 닫은 것뿐”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여성 인턴 A씨는 미국 경찰 조사에서 “허락 없이 엉덩이를 쥐었다(grabbed)”고 진술했다.
A씨는 또 윤 전 대변인이 전화로 온갖 욕설을 했다고도 말했다. 방에 올라오라고 해 갔더니 거의 나체 차림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지난 9일 귀국 후 민정수석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조사를 받으며 “만취 상태에서 엉덩이를 만졌다”고 시인했으며 A씨가 호텔방에 왔을 때 “팬티를 입고 있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 같은 진술서에 자필서명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욕설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윤 전 대변인은 또 “A씨가 당신이 ‘나는 변태다’라고 했다고 한다”는 질문과 “성관계를 요구했는가”라는 질문에도 “그런 적 없다”고 했다.
윤 전 대변인이 청와대 조사 당시 시인했던 내용을 이틀이 지나 모두 번복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그가 미국 경찰 수사와 재판에 대비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청와대가 귀국 종용(?)=윤 전 대변인은 “제가 경제인 조찬 행사를 마치고 차량을 타고 오는데 이 수석으로부터 전화가 와 ‘할 얘기가 있다’고 해서 영빈관 앞에서 만났다”며 “그러더니 ‘재수 없게 됐다. 성희롱에 대해선 변명해봤자 납득이 안 되니 빨리 워싱턴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잘못이 없는데 왜 일정을 중단하고 돌아가야 하나. 그럴 수 없다. 이 자리에서 해명하겠다’고 했지만 이 수석이 ‘1시반 비행기를 예약해놨으니 (미국을) 나가라’고 해 내 카드로 비행기 좌석표를 사서 인천공항에 도착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같은 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수석은 “그거(성추행 의혹)에 대해 굉장히 쇼크를 먹은 상태였고 (상·하원 연설에) 들어갈 시간은 가까워오고 해서…”라며 “그때 정황 상 100%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귀국하는 게 좋겠다거나 얘기한 건 없다”고 말했다. 윤 전 대변인이 일정을 중단할 수 없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들은 기억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행 비행기 예약은 누가 했나=윤 전 대변인은 “비행기 예약은 청와대가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수석은 “미국 경찰에 소환돼 조사받을 수도 있고, 수사공조 체제가 돼 있으니 귀국해서 수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설명을 행정관을 통해 전했고 본인이 스스로 선택하게 한 것”이라고 했다.
8일 오후 1시30분(현지시간) 인천공항행 대한항공편은 윤 전 대변인 명의의 카드로 오전 9시50분쯤 결제됐다. 미국의 통상적인 결제 시스템 상 본인이 직접 여권을 소지하고 결제해야 예약이 이뤄진다. 청와대가 윤 전 대변인을 대신해 항공편을 예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주미 대사관 측으로부터 (성추행 의혹) 사실을 들은 게 오전 7시30분쯤이다. 곧바로 이 수석한테 알렸고 이 수석이 윤 전 대변인을 오전 9시10분쯤 영빈관 앞에서 만났다. 미리 항공편을 예약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조차 없었다”고 강조했다.
신창호 유성열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