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역대 성추문… 최연희, 여기자 성추행 후 당직서 물러나

입력 2013-05-12 17:53

정치인의 성 추문은 잊을 만하면 터지는 고질병이자 고쳐지지 않는 불치병이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처럼 ‘갑(甲)’의 지위를 가진 남성이 ‘을(乙)’인 여성을 추행·희롱하는 성 추문사(史)는 끊이지 않고 있다.

최연희 전 한나라당 의원은 2006년 술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해 당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최 전 의원은 성추행 뒤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했다”는 황당한 해명을 해 국민을 다시 한번 경악하게 했다. 재판에 넘겨진 최 전 의원은 1심에서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원’에다 선고유예를 받았다.

민주당 소속이던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는 2002년 2월 집무실에서 직능단체 여성 간부를 성추행한 혐의로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에서 성희롱 판정을 받았다. 우 전 지사는 불복하고 여성부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냈으나 2006년 12월 대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은 2010년 7월 아나운서 지망 여대생들 앞에서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할 수 있겠느냐”고 모욕했다. 그는 직후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제명됐으며 모욕·무고 등의 혐의로 기소돼 1·2심 재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2003년 한나라당 의원 시절 김희선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남의 집 여자가 우리 집 안방에 들어와 있으면 날 좀 주물러 달라고 앉아 있는 거지”라고 말했다. 당시 김 의원이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석을 점거한 것을 비아냥거린 말로 결국 여성부로부터 성희롱이라는 결정을 받았다.

도를 넘는 성적 농담은 다반사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2011년 한 특강에서 역사 속 관리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예를 들며 “춘향전은 변 사또가 춘향이를 따 먹으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냐”고 말해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도 2010년 걸그룹 이야기를 하던 도중 “요즘 룸(살롱)에 가면 ‘자연산’만 찾는다고 하더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는 2007년 기자간담회에서 한 언론의 연재만화를 주제로 이야기하다 “요새 조철봉(주인공)이는 옛날에는 하루에 세 번씩도 하더니 요새는 한 번도 안 하대. 요즘은 철봉이 아니라 낙지가 됐어”라고 말했다.

정치인들의 성 추문 대응 패턴도 틀에 박힌 듯 유사하다. 일단 잡아떼고 궤변으로 본질을 흐린다. 최 전 의원은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고, 윤 전 대변인도 ‘엉덩이가 아니라 허리를 툭 쳤다’고 말했다. 비난 여론을 두고 오히려 ‘마녀사냥’ ‘명예훼손’ 운운하며 법적 대응 엄포를 놓는 것도 반복되는 행태다.

성 추문이 터질 때마다 여론은 들끓었다. 지금은 국제적 성추행 의혹 피의자가 된 윤 전 대변인조차 기자 시절 “성추행, 성폭행하는 미친놈들 때문에 스트레스 팍팍 받는다”며 준엄하게 꾸짖을 정도였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