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 사과로 될일 아니다” 대통령 직접수습 목소리

입력 2013-05-12 17:49

‘윤창중 스캔들’에 대응하는 청와대의 위기수습 능력이 웬만한 중소기업체만도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청와대 인사들 간 책임 떠넘기기를 놓고 ‘무기력 청와대’라는 비아냥이 확산되고 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수습에 나서야 사태가 풀릴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사태에 청와대가 보여준 모습은 다단계 사과로 욕먹은 ‘남양유업 시즌2’를 연상시킨다. ‘영업직원 욕설’ 사건 발생 후 홈페이지 사과로 얼렁뚱땅 위기를 모면하려다 오히려 여론을 더 악화시켜 나중에 최고위층이 머리를 조아리고 기금을 내놓게 된 남양유업 사태와 흡사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청와대 고위층의 국제적인 성(性)스캔들을 놓고 사안 축소에 급급해 긴급 대책회의도 없이 홍보수석 차원에서 수습을 시도한 것 자체가 국정을 대하는 청와대의 ‘가벼움’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출범한 지 3개월 가까이 되지만 아직도 청와대 주요 인사들의 국정 컨트롤 능력이나 내부 스크린 장치가 갖춰지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사과의 주체와 형식도 문제지만 내용 또한 알맹이 없이 겉돌기식 사과에 그치고 있다. 민주당 김관영 대변인은 12일 “청와대가 사과를 발표하면서도 사건의 진상과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해 매우 유감”이라며 “우리 국민뿐 아니라 세계가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주목하고 있는 상황 아니냐”고 따졌다. 이날 허태열 비서실장의 사과가 나온 직후 인터넷에서는 “도대체 허 비서실장이나 이남기 홍보수석이 사퇴를 하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특히 청와대가 여전히 ‘여론 떠보기’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이와 함께 이 홍보수석과 윤 전 대변인 간 진실공방으로 치닫는 것에 대해서는 청와대 내부의 느슨한 위계와 분열상이 그대로 노출된 게 더 큰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때문에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초유의 국격 실추 사건이 ‘콩가루 청와대’의 국기문란 사건으로 바뀌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무현정부의 청와대 출신 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무슨 사태가 발생했을 때 VIP(대통령)를 위해 참모들이 없는 잘못도 덮어쓰는 게 인지상정일텐데 서로 발뺌을 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사태 확산 및 여론 수습을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조기에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태의 진실이 다 규명된 뒤 사과하기보다는 ‘대통령 대변인’에 의해 국제적 나라망신 사태가 벌어진 이상 이에 대해 먼저 사과하는 게 여론 악화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뒤로 물러나 제3자적 입장을 계속 취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면서 “박 대통령의 인사에서 빚어진 일인 만큼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손병호 백민정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