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공식 만찬행사 종료 40분 전에 윤창중, 인턴여성과 호텔바行

입력 2013-05-12 17:50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날 밤 박근혜 대통령의 공식 만찬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만찬장을 나와 피해 여성과 호텔 바(bar)로 간 것으로 드러났다.

11일(현지시간) 주미 한국 대사관과 청와대에 따르면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7일 저녁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만찬이 열렸다. 당초 오후 7∼9시로 예정됐지만 교통체증 등으로 일부 초청 인사들이 늦게 도착해 오후 7시20분부터 행사가 시작됐다. 이후 행사가 마무리되고 박 대통령이 만찬장을 빠져나간 시각은 오후 9시50분쯤이었다고 복수의 대사관 관계자들이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이나 행사의 경과를 지켜봤어야 할 대변인은 이미 자리를 뜬 상태였다. 워싱턴DC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성추행 사실을 신고한 여성 인턴은 이날 오후 9시30분∼10시 백악관 인근의 ‘W 워싱턴DC 호텔’에서 윤 전 대변인이 자신의 ‘엉덩이를 움켜잡았다(grabbed)’고 진술했다.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두 사람은 호텔 바에 있었던 것이다. 윤 전 대변인도 11일 서울에서 자청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 기념 만찬에 참석했다 오후 9시10분쯤 나왔다”고 진술했다. 만찬 종료 40분 전 만찬장을 빠져나온 것을 자인한 것이다.

과거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한 한 인사는 “다른 청와대 고위직도 마찬가지지만 대변인이 급한 일도 없는데 대통령이 주재한 행사 도중 빠져나와 여성과 술을 마셨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인사도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과 그 의미, 참석한 행사의 분위기 등을 기자들에게 설명해줘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는 끝까지 자리를 함께하는 게 원칙”이라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기강해이를 넘어 직무유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