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 몸 만들고, 영어학원 등록하고 살아난 58년 개띠들 다시 뛴다
입력 2013-05-12 17:47
‘아직 죽지 않았어! 다시 시작해 보는 거야.’
중견 건설업체 간부인 이모(55)씨는 요즘 이 다짐을 하며 출근길에 오른다. 최근 국회에서 기업의 정년을 60세로 늘리는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이씨의 정년이 2년가량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2년 기준으로 단일정년제를 채택한 1881개 회사 중 약 25%인 470여곳에서 근무하는 ‘58년 개띠’들이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게 된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 정년이 57.4세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55세인 ‘58년 개띠’들은 당초 은퇴 시점인 2016년보다 2년가량 더 일할 수 있게 됐다.
이씨가 근무하는 회사는 직원들의 정년을 58세까지 보장한다. 그러나 정년을 앞둔 간부들은 ‘안식년’에 들어가 성과급 없이 후배들을 감독하는 단순 업무만 한다. 하지만 법 개정으로 회사 분위기가 달라졌다. 회사도 고령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독려하고 있다. 이씨 역시 지난주부터 아침시간을 이용해 수영을 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이씨는 12일 “당장 삶이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같이 일하는 후배들에게 ‘나도 향후 수년간은 쓸만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은행에 다니는 김모(55)씨 역시 최근 전화영어 수강을 등록했다. 김씨는 “현직에 남은 주변 친구들이 은퇴를 준비하다 다시 자기계발을 하는 것을 보고 자극받았다”며 “하루 20분씩 짬을 내서 하는 영어 공부지만 활력소가 된다”고 말했다.
은퇴 이후 삶을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며 반기는 이들도 있다. 한 금융계 공기업에 다니는 신모(53)씨는 2년 전부터 정년 이후의 삶을 위해 파생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을 독학으로 공부해 왔다. 직장에 다니며 짬을 내 공부했지만 번번이 낙방해 포기한 상태였다. 그러다 최근 신씨는 다시 자격증 준비를 시작했다. 신씨는 “정년이 연장돼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번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베이비부머의 상징인 ‘58년 개띠’들은 상당수가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이미 은퇴한 상황이다. 또 사업장 규모에 따라 근로자 300인 이상이면 2016년 1월 1일, 300인 미만이면 2017년부터 연장법이 적용돼 같은 나이라도 희비가 엇갈리는 ‘꼬인 세대’라는 푸념도 나온다. 또 올해 2월 기준 58년생은 77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52%에 해당하지만 이들 중 몇 명이 현직에 계속 남아 정년 연장 혜택을 누릴지 미지수다.
보험설계 업무를 하는 김모(55·여)씨는 “잘나가던 ‘개띠’들은 IMF를 겪으며 이미 회사를 떠난 지 오래”라며 “개띠들 중 상당수는 이미 기존 회사를 떠나 보험설계 업무나 사업을 하는 이들이 많아 정년 연장 혜택은 소수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전수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