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살아보자’ 40년… 이젠 ‘바르게 살자’

입력 2013-05-12 17:43 수정 2013-05-12 20:33


원주 가나안농군학교 개교 40주년… 새로운 ‘비전 2050’ 선포

1962년의 어느 날,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경기도 하남의 제1가나안농군학교를 불시에 방문했다. 시설과 교육 프로그램을 둘러본 그는 설립자이자 교장이었던 김용기(1908∼1988) 장로에게 불쑥 한마디 던졌다.

“김 교장,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가나안농군학교가 좀 도와주셔야겠소. 기독교 색깔은 좀 빼고….” 김 교장이 정중하게 말했다. “저와 농군학교를 지탱하게 해주는 건 신앙의 힘입니다. 이걸 빼면 설명이 안 됩니다.” 김 교장의 얘기를 듣던 박 의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부터 11년 뒤인 1973년 3월, 강원도 원주에 두 번째 농군학교가 문을 열었다. 당시 제1농군학교는 국가수반이 된 박 대통령의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새마을운동과 더불어 ‘잘살아보자’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교육생들이 끊이지 않았다. 원주 농군학교는 넘쳐나는 교육생들을 수용하는 한편 성경에 바탕을 둔 농군학교의 가치(근로·봉사·희생)를 더 널리 전파하기 위해 기도해온 김 교장의 값진 열매였다.

이렇게 태어난 원주 농군학교(교장 김범일 장로)가 올해로 개교 40주년을 맞았다.

원주 농군학교는 지난 11일 오전 원주 신림면 학교 강당에서 ‘개교 40주년 기념식’을 갖고 제2의 출발을 선포했다. 홍정길(남서울은혜교회 원로) 목사를 비롯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잠롱 스리무앙 전 태국 방콕시장 등 교계 및 정계, 해외 가나안농군학교 교장단과 농군학교 수료생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교장인 김범일 장로는 “40년 전 물도, 전기도, 집도, 도로도 없었던 이곳에서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던 건 가족과 수많은 동지들의 노고와 땀, 기도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하나님 사랑, 사람 사랑, 흙(자연) 사랑의 가치를 다시금 새기며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홍 목사는 기념예배 설교에서 “가나안농군학교는 크신 하나님의 은혜 속에 지난 40년 동안 값진 열매를 맺어왔다”면서 “이제 또 다른 출발을 통해 새로운 변화의 씨앗을 심자”고 강조했다.

지난 세월 원주 농군학교가 일군 열매는 값지다.

축구장(7350㎡) 67개 규모에 달하는 49만㎡의 원주 농군학교 부지에는 농장과 학교, 기도원(기도실 80곳 포함) 시설이 각각 3분의 1 규모로 조성돼 있다. 개교 첫해부터 지난달 말까지 원주 농군학교의 수료자는 총 39만8154명. 세계 곳곳에서 가나안농군학교의 정신을 배우러 온 지도자만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 40여개국 349명에 달한다. 중국과 필리핀, 우간다, 볼리비아 등 12개국에 해외 가나안농군학교가 생긴 데 이어 10여년 전에는 하남 및 원주 농군학교의 수료생들이 경남 밀양에 농군학교를 설립, 운영 중이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새로운 40년을 향한 비전 선포식도 이어졌다.

‘더불어 잘살아보자’가 지난 40년의 주된 목표였다면 ‘더 바르게 살자’는 가치가 더해진 게 특징이다. 김 장로는 “교육과 사회운동의 강화를 통해 한국사회 문제에 대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면서 “아울러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들을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가는 개척공동체를 건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농군학교는 이를 위해 청소년 대안교육 프로그램과 가족체험활동, 귀농·귀촌 교육 등을 개설·추진해 나가는 내용의 ‘가나안농군학교 비전 2050’을 선포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