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생명사랑국제상’ 받는 ‘시각장애인 앵커 1호’ 이창훈씨 “주님 안에서 어둠은 얻음”
입력 2013-05-12 17:42 수정 2013-05-12 22:25
“불행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늘 하고픈 일을 도전해 실현해 내곤 했죠. 주님 안에서 열정과 노력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신촌동 연세대 신과대 채플실. ‘국내 시각장애인 앵커 1호’ 이창훈(28)씨가 100여명의 학생들 앞에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찬찬히 이야기했다.
노타이 양복차림으로 강단에 오른 이씨는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곡을 오카리나로 연주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리고 소리에만 의지해 살아 온 자신의 삶을 재치 있는 입담으로 풀어냈다.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뇌수막염으로 시각장애인이 됐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와 아버지, 누나들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목소리를 통해 가족을 인지하고 교회에 나가 찬양을 부르고 악기를 다루면서 삶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지요.”
한 학생이 “앵커를 안 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살았겠느냐”고 묻자, 그는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했을 것이다. 비장애인과 장애인들의 사회통합과 인식개선에 관심이 많다”고 답했다.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온 삶이 어떠했느냐고 질문하자, 이씨는 “어둠은 얻음”이라고 답했다. 순간, “어∼” 하는 감탄사가 흘러 나왔다.
“어둠을 통해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고, 음악과 점자를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됐습니다. 어둠이 없었다면 아마 세상적인 것을 구하고 의미 없는 본능에 이끌리며 살아왔을 겁니다.”
‘이창훈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라 이름 붙여진 이날 행사엔 장애학생 20여명도 함께 참석했다. 이씨가 자신이 앵커가 된 것은 땀과 노력의 결과였다고 말할 때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콘서트 말미에 그는 정엽의 곡 ‘나싱 베터(Nothing Better)’를 피아노로 연주 하며 감미롭게 불렀다. 사회자 요구에 이날 현장상황을 뉴스로 즉흥적으로 진행해 보이기도 했다.
최근 그는 1년5개월간 맡았던 KBS 1TV ‘뉴스12’ 코너를 지체장애 1급인 홍서윤(26)씨에게 내줬다. 대신 프리랜서로 KBS 2TV ‘사랑의 가족 이창훈의 마주보기 인터뷰’ 코너를 통해 시청자를 만난다. 앵커하차 한 달 만에 복지TV에서 다시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씨는 2011년 7월 52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KBS 보도본부 앵커로 선발됐었다.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매주 서울 녹번동 은평침례교회(김택수 목사)에 출석한다.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다니며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자랐다. 목사님의 설교 목소리와 억양을 그대로 따라하곤 했다.
“이제 장애인이 방송하는 게 평범한 일이 될 만큼 사회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여기에 계신 여러분들이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해 나서 주실 거죠(웃음).”
이씨는 오는 22일 대만 타이베이시에서 ‘세계생명사랑국제상’을 수상한다. 이 상을 주관하는 대만 주대관 문교기금회 측은 “이씨가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앵커로 활동하면서 장애인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큰 감동과 용기를 준 점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