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엔저 압력을 경쟁력 강화 기회로 삼아야
입력 2013-05-12 18:30
엔·달러 환율이 지난 10일 101.62엔을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 선을 돌파한 것은 4년1개월 만이다. 이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양적완화가 본격화하기 전 저점이었던 지난해 9월 14일(77.49엔)보다 31.1% 오른 것이다. 엔·달러 환율은 올 들어 세계 주요 국가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 선을 돌파하면서 일본 주가는 급등한 반면 우리나라 주가는 급락했다. 전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23
포인트 올랐던 코스피지수가 34.7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이날 하루 동안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20조원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문제는 일본이 양적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미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경우 엔화 약세, 달러화 강세 기조가 이어져 엔·달러 환율이 연내 110엔 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주는 엔·달러 환율 상승(엔저)은 우리 기업들의 수출에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자동차 철강 조선 등 해외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과 각축하는 우리 주력 수출업종에 큰 타격을 입힌다. 이는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에 대형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 현대경제연구원 측은 엔·달러 환율이 110엔을 돌파하면 우리나라 수출이 11%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뒤로 하고 욱일승천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규제 완화와 탄력적인 고용제 추진 등을 비롯해 각종 투자 촉진책을 마련하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는 기업들은 오히려 원가절감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엔화 약세에 안주하고 대내외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위기에 처한다는 쓰라린 경험을 일본 정부와 재계가 공유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활력을 찾고 있는 일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노사정은 엔저를 기업 체질개선, 원가절감, 기술혁신, 제품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