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리 맥과이어’ 톰 크루즈 같은 스포츠 에이전트 되고 싶은데…

입력 2013-05-12 17:36


톰 크루즈가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제리 맥과이어’(1996·사진)는 한국에 처음으로 스포츠 에이전트의 세계를 알려줬다. 이후 국내에서 스포츠 시장의 규모가 조금씩 커지고 해외에 진출하는 선수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에이전트를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급증했다.

에이전트는 스포츠 선수를 대신해 연봉 협상이나 신규 입단, 다른 구단으로의 이적 등의 업무를 대행해 주는 전문가다. 최근에는 선수의 훈련 프로그램을 짜주고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포괄적인 매니지먼트로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대개 선수 수입의 5∼10%를 수수료로 받는다.

하지만 에이전트에 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에이전트의 입지는 그리 넓지 않다. 4대 프로 스포츠 종목 가운데 에이전트 제도를 공식 채택하고 있는 것은 축구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골프나 테니스, 수영 등 개인 종목은 원래 에이전트에 관한 규칙이 따로 없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활동하는 선수의 에이전트는 광고 출연이나 용품 협찬 등에 그치거나 단순한 매니저 역할에 그치고 있다.

축구의 경우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최하는 에이전트 자격 시험이 있다. 이 시험에 합격한 FIFA 공인 에이전트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선수의 이적에도 관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갖는다. ‘‘FIFA 고시’로 불리는 이 시험은 FIFA의 선수 계약 및 이적 규정, 분쟁 사례는 물론 국내 프로축구의 경기 및 선수 계약 규정, 민법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있어야 합격할 수 있다. FIFA 관련 규정은 영어로 출제돼 당락을 좌우한다.

그런데, FIFA를 대신해 자격 시험을 실시하고 있는 축구협회는 2011년 사전 추천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시험 응시생들의 반발 때문에 이듬해 취소하기는 했지만 에이전트 시험에 합격하고도 개점휴업하는 사례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시험에 합격했지만 실제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수십여명에 불과하고, 이들 중에서도 실제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은 10여명 정도이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축구만이 에이전트를 인정하고 있지만 앞으로 스포츠 산업이 좀더 활성화되면 외국처럼 모든 종목에서 에이전트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축구 외의 다른 종목은 에이전트에 대한 자격 요건이 따로 없기 때문에 누구라도 에이전트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전직 운동선수나 구단 직원, 스포츠 기자는 물론이고 선수들의 가족 가운데 에이전트가 된 경우도 많다.

다만 에이전트의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연봉 등 계약 관계이기 때문에 법률에 능통할수록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메이저리그의 슈퍼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마이너리그 선수 출신이면서 변호사다. 그리고 일본프로야구의 경우 선수 대리인으로 아예 변호사를 지정했을 정도다.

끝으로 에이전트가 된다고 해도 일확천금을 꿈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지난해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큰 돈을 번 사람은 스캇 보라스라는 말이 나왔지만 우리나라처럼 시장이 영세할 경우엔 쉽지 않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