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구상미술 선두주자 10년 만에 꽃 들고 ‘컴백’
입력 2013-05-12 17:31
원로작가 성백주(83) 화백은 경북 상주대의 전신인 상주농잠전문학교 사범과를 나온 뒤 1948년부터 16년간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1964년 교직을 그만두고 50여년간 전업 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미술대전 심사위원, 이인성미술상 심사위원장 등을 지냈다. 경북과 대구를 거점으로 하는 한국 구상미술의 선두주자로 전혁림(1916∼2010) 화백과 함께 전시를 열기도 했다.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력을 과시하는 그의 꽃 그림은 요즘 유행하는 극사실적인 정물화의 뿌리나 다름없다. 그의 개인전이 26일까지 서울 인사동 통인옥션갤러리에서 열린다. 그림이 비교적 잘 팔리는 인기작가로 전국 곳곳에서 전시를 열어오다 인사동에서 개인전을 갖기는 2003년 이후 10년 만이다. 장미 그림과 도자기에 꽃이 담겨 있는 작품 등 30여점이 선보인다.
지난 주말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혈기왕성한 모습으로 관람객들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젊게 사는 비결을 묻자 그는 “동심은 안 버리려고 해요. 어린 시절의 때 묻지 않은 순수성을 영원히 간직하며 살고 싶어요”라고 답하며 웃었다. 그가 평생 추구해온 구상미술의 상대 개념은 추상미술이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하인두(1930∼1989) 화백이 동년배로 같은 시기에 활동했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끝까지 꽉 차게 인생을 살다 가야 한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동료 작가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거의 없어요. 가족이나 주변에서는 ‘이젠 좀 쉬면서 여생을 즐기라’고 권유하지만 잉여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힘이 남아있는 때까지 붓을 잡을 거예요. 저에게 그림은 삶 그 자체이거든요.”
그의 그림은 순수하면서도 따뜻함이 전해진다. “어린아이가 세상에 나와서 처음 만난 것 같은 감동과 환희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려고 해요. 삶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이들이 그림을 보면서 행복해한다면 그게 보람이지요.” 소박하면서 자유로운 붓질로 그만의 독특한 색채를 담아내는 그림이 감성적인 울림을 준다(02-733-4867).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