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獨 ‘사회적 경제’에 일자리 해답 있다

입력 2013-05-12 18:07 수정 2013-05-12 23:38


“또 다른 세상이 가능합니다(Eine andere Welt ist moglich).”

지난달 25일 독일 베를린에서 만난 라이파이젠협회(DRV) 마린 커란(Mareen Curran) 미디어 담당관은 독일의 시민사회를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 시민운동권의 슬로건으로 떠오른 이 말은 독일 사회를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키워드다. 최근 국제사회는 신자유주의시대를 넘어 따뜻한 성장경제를 표방하는 ‘상생시대’를 지향하고 있다. ‘자본주의 4.0’이나 ‘사회적 경제’ 개념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지속 가능한 ‘동행’을 추구하면서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첨병 역할도 하고 있다.

유럽을 강타한 재정위기 속에서 독일이 독보적인 리더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적 경제’ 시스템이 체화돼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은행이 대표적이다. 2008년 금융위기, 2010년 유럽 재정위기가 잇달아 터졌을 때 한국의 저축은행은 망했지만 독일 협동조합은행의 고객 수는 급증했다. 독일 중앙협동조합은행(DZ Bank)의 프랑크 슈펠링(Frank Sperling) 이머징마켓 총괄책임자는 “영·미권 금융회사가 수익성만 좇을 때 우리는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한 것이 성공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독일 국민은 조합원이 곧 고객인 협동조합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독일 경제활동 인구의 절반이 협동조합은행의 조합원이다. 독일 우유 생산량의 66%, 농산품의 55%, 곡물 무역의 50% 등이 모두 협동조합 생산품이다.

여기에 사회적 기업들이 사회 안전망의 빈틈을 촘촘하게 메운다. 독일의 사회적 기업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정부 주도로 사회적 기업이 출발한 우리와는 태생부터 다르다. 정부는 물론 민간재단과 사회적 기업 지원 전문은행 등에서 각종 지원을 받는 사회적 기업은 약자에게 성공 기회를, 실패한 이에게 재기 기회를 주며 일자리 창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독일 사회적 기업의 원조로 평가받는 ‘어둠 속의 대화’ 프랑크푸르트박물관 최고경영자(CEO) 클라라 클레츠카(Klara Kletzka)씨는 “나의 미션은 부를 쌓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의 사회적 경제는 국민에게 밀착형 금융을 제공하는 협동조합은행, 지역주민 상생을 추구하는 일반 협동조합, 사회 약자를 위한 사회적 기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기술·산업의 융합을 바탕으로 한 창조경제를 추구하는 박근혜정부가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국내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최초로 사회적 경제를 본격 도입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회적 경제는 이미 거대한 시대의 흐름”이라며 “위로부터 내려오는 혁신이 아닌 지역주민과 시민이 먼저 움직이는 토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강준구 선정수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