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상임금범위 입법 노사정 대타협 이뤄야
입력 2013-05-10 19:05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여부를 둘러싼 다툼에 대해 “한국 경제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라며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대법원이 “분기별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뒤 노조와 근로자의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정부가 어려운 재계의 입장을 반영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바람직하다고 본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상 통상임금은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한 시급, 일급, 주급, 월급, 또는 도급금액을 말한다. 그렇지만 대법원의 판결은 예컨대 1월 300만원, 2월 500만원, 3월 300만원, 4월 500만원의 순서로 1년에 6차례 1200만원을 상여금으로 지급했다면 이는 급여를 월 300만원이 아니라 월400만원씩 지급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이 논리는 ‘1개월을 넘는 기간을 대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금품’도 통상임금으로 본다는 기존 판례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1988년 행정지침을 통해 정기상여금을 ‘근로시간과 관계없는 생활보조적·복리후생적 급여’로 보고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후 지침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마련할 대책은 두 가지다. 먼저 통상임금의 범위를 재정비하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노사 및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통상임금의 기준을 명확히 하는 입법을 통해 논란을 해소하겠다”고 했다. 다른 하나는 임금채권 시효인 3년 동안 지급되지 않은 초과근로수당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노사정이 내달부터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하지만 통상임금은 퇴직금 정산 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어서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노동계에 일방적 양보를 강요할 순 없다. 획기적인 근로시간 단축방안, 일자리 나누기 등을 한 묶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노사는 이번 기회에 장시간 노동관행을 개선해 일자리를 늘리는 쪽으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