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수행하던 대변인이 성추행이라니
입력 2013-05-10 19:04 수정 2013-05-10 22:46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하던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대사관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21세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의혹 속에 도망치듯 귀국했다. 청와대는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고 국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며 윤 대변인을 경질했다. 피해자 신고를 받은 현지 경찰은 윤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이런 망신이 없다. 정상외교 중에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하는 대변인이 성추행으로 현지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제 정신이라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외교사에 큰 오점인 것은 물론이고 AFP를 비롯한 세계 주요 언론이 앞 다퉈 보도하면서 국가적으로도 수치스러운 일이 됐다. 6·25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한·미동맹을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확장키로 하고, 차질 없는 대북 공조를 약속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둔 박 대통령의 방미 외교에도 먹칠을 했다. ‘외교사절의 현지 범행 의혹’인 만큼 앞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 자체가 정치적, 외교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더 이상 외교적 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이번 사건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정확한 진상을 밝히고 필요하다면 미국 경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보좌한 수행단의 책임은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대통령은 국가이익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대변인은 술을 마시며 성추문을 일으키고 있었으니 수행한 참모들이 과연 제대로 일을 하고 있었는지, 기강은 제대로 유지됐는지 의심스럽다. 국가적 망신을 초래한 만큼 청와대는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엄하게 문책해야 한다.
윤 대변인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에 발탁될 때부터 자격 논란이 일었던 인물이다. 박 대통령은 ‘불통인사’ ‘오기인사’라는 비판에도 그를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했으니 ‘예고된 참사’라는 야당의 주장에 할 말이 없게 됐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을 고위공직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엄정하게 평가하는 인사시스템 구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