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금지약물, 운동 선수들에겐 마약

입력 2013-05-10 19:01

‘추추 트레인’ 추신수(31)가 뛰는 미국프로야구(MLB) 신시내티 레즈 산하의 마이너리그 투수 대니얼 터틀(22)이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여 10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터틀은 2011년에도 같은 이유로 50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번 시즌 마이너리그에서 금지약물 사용으로 출장 정지 처분이 내려진 것은 19건에 달한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금지약물 사용을 엄격히 통제하는 이유는 뭘까?

“선수들의 약물 사용을 막을 필요가 있을까? 팬들은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만 즐기면 되는 것이 아닌가?”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메이저리그에선 2000년대 초반까지 금지약물 복용을 사실상 묵인했다. 금지약물 문제보다 관중 수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 통산 462개의 홈런을 때리고 은퇴한 강타자 호세 칸세코 등이 메이저리거의 약물 사용을 폭로하고 베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같은 강타자들이 약물에 의존해 대기록을 세웠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MLB는 팬들의 성화에 못 이겨 도핑 검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프로야구도 금지약물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도핑금지 규정 제6조에 따라 금지약물 복용이 한 차례 적발될 경우 명단 공개와 1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내린다. 두 차례 적발 땐 명단 공개와 3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내리고, 세 차례 적발되면 영구 제명한다.

아직도 많은 국내 야구팬들은 다니엘 리오스라는 걸출한 외국인 투수를 기억하고 있다. 리오스는 2007년 두산에서 22승(1위), 평균자책점 2.07(1위), 탈삼진 147개(2위)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MVP와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따냈다. 그러나 이듬해 일본에서 금지약물 사용이 발각돼 퇴출당했다. 한국에서 쌓은 명성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금지약물은 일시적으로 집중력과 근력을 강화시켜 성적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선수들이 금지약물을 사용해선 안 되는 더 큰 이유가 있다. 바로 공정성 문제다. 약물에 의존해 좋은 성적을 내는 건 시험에서 컨닝으로 성적을 올리는 것과 같다. 이를 제제하지 않는다면 너도나도 금지약물에 손을 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은 멀리해야 할 마약 같은 것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