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게이츠 ‘천재 다빈치 열공’

입력 2013-05-10 18:48 수정 2013-05-10 22:43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 의장은 1994년 3000만 달러를 주고 공책 한 권을 샀다. 르네상스 시기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작업노트였다. 다빈치의 손때가 묻은 귀중한 유물이긴 하지만 예술작품이라고 볼 수는 없는, 쓸데없는 물건(?)을 거액에 구입한 것을 두고 당시에도 호사가들의 추측이 분분했다. 다빈치의 작업노트 중 유일한 개인 소장본인 이 노트는 역사상 가장 비싸게 팔린 고서적으로도 이름을 남기게 됐다.

무엇이 게이츠 의장의 눈길을 허름한 노트에 머물도록 했을까. 미국 CBS는 12일(현지시간) 방영될 특집방송에서 ‘코덱스 레스터(Codex Leicester)’ 중 한 권인 ‘코덱스 해머’ 노트를 손에 넣은 게이츠 의장의 심경을 소개한다. 인터뷰에서 게이츠 의장은 다빈치와 자신을 비교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위대한 사유가들은 시대를 앞선다”고 말했다. “다빈치는 당시의 누구보다도 더 깊이 과학을 이해하고 있었어요.”

게이츠가 영감을 얻고자 했던 노트에는 달, 물, 바다, 화석 등 각종 자연물을 관찰하며 얻은 아이디어와 천문학에 대한 다빈치의 지식 등이 실려 있다. 노트엔 종종 거울을 들여다봐야 알아볼 수 있도록 거꾸로 쓴 글씨가 적히기도 했고, 계산을 의도적으로 실수한 흔적도 남아 있다.



CBS는 다빈치의 아이디어를 들여다보며 게이츠가 미래를 의식한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환경오염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는 것과 더불어 우라늄 폐기물을 활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테라파워’ 연구도 후원하고 있다. 다빈치의 작업노트는 시애틀에 있는 게이츠의 개인사무실에 소장돼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