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굴복시킨 중국 ‘돈의 힘’
입력 2013-05-10 18:48
티베트 문제를 놓고 중국과 힘겨루기를 하던 영국이 마침내 굴복했다. 경제력을 앞세워 밀어붙이는 중국 앞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것이다.
영국은 지난해 5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런던에서 티베트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난 뒤 중국의 사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중국은 영국에 대한 거액의 투자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는가 하면 무역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하려던 캐머런 총리의 계획을 무산시키는 등 압력을 가했다.
캐머런 총리는 8일 의회에서 “영국은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영국은 중국 주권을 존중하며 영국 내각도 티베트는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미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전화 통화를 통해 영국은 중국과 아주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전화 통화에서 “영국 정부는 중국과 티베트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에 있어서 바뀐 게 없다”고 분명히 한 사실도 공개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에 대해 “중국은 영국이 중국의 중대한 관심사항을 존중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양국 관계가 건강한 발전의 궤도에 다시 들어설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희망해 왔다”고 화답했다.
그는 동시에 “티베트는 중국 영토의 일부분으로 티베트 문제는 중국의 내정에 속한다”며 “중국은 외국의 어떤 정치인도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데 엄중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AFP통신은 이에 따라 올해 말로 예정된 카메룬 총리의 중국 방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영국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최근 “중국이 영국에 약속한 투자를 철회할 경우 고속철도나 원자력발전 같은 대규모 정부 사업이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최소 80억 파운드(약 13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프랑스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2008년 티베트 독립을 둘러싸고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다 결국 백기를 드는 등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인 나라는 속속 중국의 압력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9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각국의 합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서로의 관심사를 존중해야만 (중동) 지역의 장기적 안정을 실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로 이란산 미사일이 넘어갈 수 있다는 이유로 최근 시리아를 공습한 이스라엘의 행동을 겨냥한 것이다.
파이잘 무크다드 시리아 외무부 차관은 9일 화학무기 사용 논란과 관련해 유엔의 조사를 받을 준비가 됐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시리아 정부는 지난 3월 하순 “반군이 알레포 인근의 칸 알 아살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