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망 해킹 ‘사이버 은행강도’ 26개국 현금인출기 털었다
입력 2013-05-10 18:49 수정 2013-05-10 22:44
21세기 은행 강도들에겐 복면이나 권총이 필요 없는 건지도 모른다. 은행 전산망을 해킹, 위조 카드를 만들어 세계 26개국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4500만 달러를 훔친 대형 절도 사건이 일어났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검찰은 알베르토 유시 라주드 페냐 등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미국 시민권자 7명을 절도와 금융사기·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대부분 20대인 ‘사이버 은행강도범’들의 수법은 실로 대담했다. 이들은 우선 은행 선불카드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해 신용카드 계좌와 비밀번호를 만들고 인출 한도를 없앴다. 여기에 호텔 카드키나 기한 만료된 신용카드를 손쉽게 입수해 마그네틱 부분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법으로 가짜 인출카드를 만들었다. 필요한 개인정보도 은행 전산망을 해킹해 확보했다. 위조카드는 ATM에서 문제없이 작동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국영 라스알카이마은행과 오만 머스캇은행 등이 해킹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과 지난 2월 두 차례 이뤄진 해킹 공격에서는 각각 500만 달러와 4000만 달러가 사라졌다.
이들은 ATM에서 인출한 현금으로 만족하지 않고 ‘돈세탁’까지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값비싼 승용차와 시계 등 각종 사치품을 되팔아 차익을 남긴 것. 검찰은 체포된 7명 외에도 세계 곳곳에 많은 수의 공범이 활동 중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로레타 린치 검찰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두고 “21세기 최대 은행 강도 사건”이라며 “영화 ‘좋은 친구들’에 나온 은행 강도 사건에 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