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5월 11일 총선… 정국 혼돈

입력 2013-05-10 18:48

11일(현지시간) 사상 첫 민선정부 선거를 앞두고 파키스탄이 극도의 혼돈에 휩싸였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전 총리의 아들이 유세 도중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되는가 하면, 파키스탄 탈레반은 선거를 겨냥한 폭탄테러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유수프 라자 길라니 전 총리의 아들 알리 하이데르 길라니(27)는 9일 파키스탄 중부 물탄시 외곽지역에서 마지막 선거 유세를 벌이던 도중 총을 쏘며 달려든 괴한들에게 끌려갔다. 이 과정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후보자의 비서관이 숨지고 경호원 등 5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지 경찰은 “오토바이와 차에 나눠 탄 괴한들이 총격을 가한 뒤 길라니 전 총리의 아들을 검은색 차에 태워 사라졌다”면서 사건 직후 도로를 통제해가며 납치범들의 행방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납치의 배후가 누구인지 아직까지 드러난 사항이 없고, 탈레반을 비롯한 무장단체들도 자신들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알리 하이데르는 여당 소속으로 이번 총선과 함께 실시될 지방선거에 펀자브주(州) 주의원 후보로 나섰다. 그의 형제들도 아버지의 정치적 영향력을 등에 업고 모두 이번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정치적 격변을 앞두고 파키스탄에서는 지난달부터 폭탄테러와 총격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형국이다. 선거운동 현장에서 후보자 등을 겨냥한 테러로 한 달여 만에 110명 이상이 숨졌다.

다양한 지하드(성전) 조직들의 규합으로 힘을 키운 탈레반도 파키스탄 정부의 골칫거리다. 미국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정부에 대한 공격을 계속해 왔던 탈레반은 선거 정국을 맞아 이슬람적 색채가 옅은 세속주의 정당에 대한 테러를 주도하고 있다. 선거 당일 투표소에 대한 테러까지 예고한 탈레반의 위협에 파키스탄 당국은 군과 경찰을 총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선거가 임박하면서 향후 지역 내 역학관계 변화 전망과 맞물려 국제적인 관심도 커지고 있다. 선거가 순조롭게 마무리된다면 1947년 인도에서 분리 독립한 이후 파키스탄에서 처음으로 민주적 정권교체가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가 41%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집권 여당인 파키스탄인민당(PPP)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총선 직전 암살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에 대한 동정 여론으로 집권에 성공했던 PPP는 부패문제와 공약 실패 등으로 17%의 저조한 지지율에 머물렀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