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관원, 혈세를 쌈짓돈처럼 썼다
입력 2013-05-10 18:45 수정 2013-05-10 20:39
국익 위해 쓰랬더니… 아내와 골프·흥청망청 회식…
업무추진비로 해외에서 골프를 친 재외공관 외교관들이 적발됐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특수지 재외공관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감사는 코스타리카, 튀니지, 남아공, 샌프란시스코(미국) 등 12개 지역 재외공관과 공공기관 해외 사무소, 옛 외교통상부 본부 등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주코스타리카 대사관 전 대사 권모씨는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2월 사이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 6138달러(약 664만원)를 골프클럽과 골프숍, 휴가지 등에서 썼다. 권씨는 이 돈으로 자신의 아내와 함께 골프를 치기도 했다.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는 현지에서 외교관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국고에서 주는 일종의 업무추진비다. 이 돈을 골프장에서 쓰는 것은 당연히 금지된다.
권씨는 개인 카드나 자비로 먼저 비용을 결제한 뒤 나중에 지급결의서를 써내 수표로 돌려받는 꼼수를 썼다. 지침에 따르면 구축비를 사용하면서 접촉한 사람들의 신상을 기록해야 하지만 권씨는 이를 무시했다. 게다가 권씨는 빼돌린 구축비 중 1720달러를 평일 골프장에서 사용해 근무시간 중 골프를 쳤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권씨뿐 아니라 이 대사관의 공관원 3명도 같은 기간 231차례에 걸쳐 구축비 1만6542달러(약 1789만원)를 쓰면서 사용내역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서도 구축비를 골프비와 회식비로 썼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 영사관 직원들은 2010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 사이 네 차례에 걸쳐 1105달러(약 119만원)를 골프장에서 결제했다. 또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2336달러(약 252만원)를 직원들끼리 밥을 먹는 데 쓴 뒤 보고서에는 ‘미 상무부 관리와 협의’ 등으로 기록했다.
감사원은 이들에게 부당하게 쓴 구축비를 반납토록 하고, 외교부 장관에게는 관련자에게 주의를 촉구하도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또 치안과 생활환경 등에 따라 정해지는 특수지 근무수당이 주먹구구식으로 지급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뭄바이(인도), 벨라루스, 멕시코 등 29개 지역 재외공관 직원들은 기준보다 수당을 덜 받고, 주남아공 대사관 직원들은 월 80여만원의 특수지 근무수당을 더 받았다. 감사원은 외교부에 대해 특수지 근무수당 지급 대상 지역을 재조정하라고 권고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