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저공행진’ 지속… 2013년말까지 110엔 예상도
입력 2013-05-10 18:36
엔·달러 환율은 당분간 달러당 100엔대를 웃돌 것이라는 게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경기침체 수렁에 빠진 일본 경제를 반영해 엔화 환율은 2009년 4월 14일 이후 4년 동안 100엔 밑을 맴돌았다. 엔화가치는 아베 내각 출범 직전인 작년 11월 중순 이후 무려 달러당 20엔이나 급락했다.
따라서 엔화 환율이 달러당 100엔을 돌파한 것은 일본 입장에서는 경제를 짓눌러 온 ‘엔고의 족쇄’에서 풀려났음을 의미한다.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디플레 처방책인 대규모 금융완화를 계기로 엔저가 급속히 진행됐다. 엔화는 특히 ‘구로다 체제’의 일본은행이 내놓은 과감한 금융완화 조치가 지난달 중순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별다른 견제 없이 사실상의 ‘추인’을 받은 것을 계기로 100엔 돌파가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져 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뱅크오브아메리카 분석을 인용해 엔화가 당분간 달러당 103.32∼104엔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통신이 96명의 경제전문가들에게 물어본 결과 55명은 평균 달러당 104엔 수준으로 분석했고, 41명은 100엔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뉴욕의 도이체방크 전략가 앨런 러스킨은 “향후 수개월 안에 달러당 105엔이 예상된다”며 “연말까지는 110엔 선도 일리가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일본은행의 대담한 금융완화를 둘러싸고는 인위적인 ‘엔저 유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지나쳤던 엔고가 자연스럽게 시정되는 과정이며 장기간의 디플레에서 탈출하기 위해 필요한 금융완화 조치라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엔화가 100엔대를 돌파함으로써 ‘엔고 시정’ 단계는 이제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생상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엔화의 100엔 돌파를 미국 경제의 회복 조짐이 뚜렷해진 데 따른 결과라는 인식을 표명했다. 아마리 경제재생상은 아베 정권 발족 직후 엔화가 달러당 100엔을 넘어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었다.
시장 관계자들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그동안의 양적완화에 대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엔저가 진행되고 있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경제 회복으로 FRB가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 미국 금리가 상승할 경우 미·일 간 금리 차이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FRB와는 반대로 이제 막 양적완화에 나선 일본의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게 돼 엔저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100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해외로부터 ‘엔저 유도’의 비판이 재연되고 세계 통화전쟁이 촉발될 소지도 한층 높아졌다. 이런 점에서 10일부터 영국에서 개최되는 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지 주목된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