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도 부진한데 수출 ‘초비상’… 저성장 고착화 우려
입력 2013-05-10 18:35
글로벌 통화전쟁이 본격화하면서 2010년의 ‘1차 환율전쟁’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주요국의 경쟁적 금리 인하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내리며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엔저(低) 공세에 따른 수출 가격경쟁력 추락을 만회하기가 쉽지 않다.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마저 꺾인다면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10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엔저 공세에 밀려 전날보다 15.1원 오른 1106.1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부터 급등해 1100원 선을 6거래일 만에 재돌파했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개선되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데다 전날 기준금리 인하 여파와 엔화 약세까지 가세했다. 상승폭은 지난 1월 28일 19.0원 이후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급격하게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엔저 현상으로 우리의 수출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외국인 자금이 금융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엔화 약세가 단기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급변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일본의 수출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 수출품은 맥을 못 추게 된다. 수출 둔화는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으로 이어지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 원·달러 환율은 춤을 추게 된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엔저에 따라 국내 수출업체에 비상이 걸리면서 어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매수세를 보였던 외국인 자금의 동향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일단 수출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주목을 받으면서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이 원화 약세를 어디까지 용인할지 주목된다. 수출 경쟁력에 긍정적이지만 단기간에 급락할 경우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외환시장 차원의 대응보다는 수출 중소기업 중심의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제는 엔저를 막을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데 있다. 정부는 지난 1일 엔저 현상에 따른 수출기업 지원책을 이미 내놓은 상태다. 기존 지원책을 보강할 수 있지만 강력하고 새로운 정책은 사실상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대규모 시장 개입을 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엔저에 대해 당연히 고민하고 있지만 (정부가) 외환시장에 시그널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외환 당국은 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서고 있지만 대규모 개입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용인 아래 엔·달러 환율이 110엔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중장기적 대응방안 준비에 착수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엔저 현상을 심각하게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엔저에 따른 국내 피해에 대비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세종=이성규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