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싱글맘의 날] 육아 부담·사회적 편견… ‘홀로서기’ 발목
입력 2013-05-10 18:25 수정 2013-05-10 22:39
“싱글맘이라고 하면 ‘아이가 아플 때 갑자기 일을 못하게 되는 게 아니냐’면서 채용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여전해요.”
싱글맘 김효진(가명·31)씨는 두 달 전 서울 자하문로의 한 시민단체 사무실에서 어렵게 일자리를 구했다. 김씨는 “싱글맘들은 모든 생활이 아이 양육을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시간 조정이 가능한 아르바이트나 임시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형편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씨는 출산 후 허리디스크 증상이 생겨 돈벌이를 하지 못했다. 출산 전 백화점 판매원으로 일하면서 모아뒀던 돈도 다 썼다. 결국 지난 1월 아픈 몸을 이끌고 일을 시작했다. 김씨는 요즘 매일 오전 10시에 출근해 전화 응대, 문서 작업 등 사무실의 궂은일을 도맡아하고 있다. 평소 오후 5시까지 일을 하지만 최근에는 행사 준비로 퇴근시간을 훌쩍 넘기는 날이 많다. 남은 일은 집에서 처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달에 받는 돈은 100여만원. 김씨는 “저소득 한부모가정은 아이 나이 12세까지 월 7만원의 보조금이 지원되지만 2인 기준 월 126만원 이상 버는 집은 보조금과 각종 혜택을 받기 어렵다”며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했다.
김씨의 보금자리는 서울 정릉3동의 한 모자원 시설이다. 이곳에서 32개월짜리 아들 태우(가명)와 함께 산다. 임신한 지 5개월 만에 아이의 아빠와 헤어지고 혼자 아이를 낳았다. 현재 아이의 아빠와는 연락을 하지 않고 양육비도 받지 않는다. 다른 가족들도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 문제는 모자원 시설이 내년 12월 리모델링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김씨는 “조만간 따로 살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면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다.
일을 시작한 이후 태우는 매일 어린이집에 맡긴다. 김씨는 “퇴근 후에는 아이를 직접 돌보지만 최근 많아진 일 때문에 집에서도 자주 놀아주지 못해 태우에게 늘 미안하다”고 했다. 태우는 최근 가끔 보는 이모부에게 “아빠”라고 부르며 부쩍 아빠의 존재를 궁금해 한다. 김씨는 “아이가 아빠라는 말을 할 때면 일부러 못 들은 척한다”며 “처음에는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담담하다. 언젠가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힘겨운 삶이지만 편견에 맞서 당당하게 살자고 매일 다짐한다. 그는 “양육과 경제활동을 동시에 하는 것은 힘들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면서 태우를 가장 평범하고 건강하게 키우는 꿈을 꾼다”며 미소지었다.
10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우리나라에는 57만의 한부모가정이 있다. 이 중 63.1%는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모자가정이다. 11일은 이들을 위한 ‘싱글맘의 날’이다. 올해로 3회째인 이날에는 한국 한부모연합, 입양인 원가족모임 민들레회 등 10개 단체가 ‘싱글맘의 날 국제 콘퍼런스’와 ‘인간도서관’ 행사, 영화상영회를 서울 곳곳에서 연다.
글·사진=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