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파문] “한국인을 어떻게 보겠느냐”… 교민사회 술렁

입력 2013-05-10 18:21

9일(현지시간) 아침까지만 해도 주미 한국대사관 직원들의 모습에는 안도의 기색이 역력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성과가 긍정적으로 평가되면서 “현장에서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고 자축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박 대통령이 주미 대사관과 청와대 실무진의 준비상황과 일정 진행에 상당히 흡족해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오후 들어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설이 번지자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최영진 대사 주재의 긴급 대책회의가 소집됐고, 간부들은 특파원들의 문의에 “정확한 진상이 파악되기 전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어떤 내용도 밝힐 수 없다”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청와대 대변인실에 피해 여성 등 인력을 지원한 워싱턴 한국문화원은 사실상 업무를 중단했고, 관계자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 대사관 직원은 “박 대통령의 방미를 두 달 이상 온 힘을 기울여 준비했고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한다”며 “대통령의 방미 성과가 이런 불미스런 일로 흠집 나는 게 정말 허탈하다”고 말했다.

워싱턴DC는 물론 미국 교민사회도 술렁이고 있다.

나라의 위신과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사건이 벌어진 데 대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한 교민은 “백악관 대변인이 외국 나가서 공무 중 만취해 여성을 성추행한 것과 마찬가지인 셈인데, 미국 사람들이 이 뉴스를 들으면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을 어떻게 보겠느냐”고 허탈해했다.

윤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이 처음 제기된 미국 교포사회 여성 커뮤니티 ‘미시 유에스에이(Missy USA)’ 등에는 네티즌들의 비난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한국 언론에서 이번 사건을 ‘성추행’으로 몰고 가는데 피해여성은 ‘성폭행’이라고 주장했다며 한국에서 이번 사건을 다소 무마하려는 듯한 느낌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피해 여성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야 한다”며 “도망갔다고 끝이 아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한 네티즌은 “과거 대통령 시절 해외 순방에 통역으로 경호직원들을 위해 일한 적이 있어 공감한다”며 “마지막 회식에 성희롱을 일삼아 어린 마음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