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파문] “성공적 美순방 일순간 분탕질”… 청와대 망연자실

입력 2013-05-10 18:21 수정 2013-05-11 01:13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전격 경질된 10일 청와대는 참담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성공적인 첫 해외출장으로 평가받았던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성과가 대변인의 지저분한 스캔들로 일순간에 더럽혀졌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밤 10시가 넘어 이남기 홍보수석비서관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취재진의 생중계 요청은 거부했다.

이 수석은 심야 긴급 브리핑에서 “대단히 성공적으로 평가받은 방미 일정 막판에 이번 일이 발생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을 인지한 지 50여 시간 만에 나온 사과다. 그나마 단 4문장에 불과했다. 게다가 사과 대상에 윤 대변인을 직접 임명한 박 대통령도 포함시켰고, 추가 설명에서는 ‘개인적인 사건’으로 규정해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 수석은 “개인적인 시간인 밤에 개인이 저지른 사건이고, 윤 대변인은 공식수행원도 아닌 일반수행원이었다”며 추가적인 조치도 없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윤 대변인이 급거 귀국하면서 이 수석에게 “부인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등의 허위 보고를 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 수석은 부인했다.

앞서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라 진상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해외 방문 중인 대통령을 수행하던 대변인이 성범죄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청와대는 사태를 엄중하게 받아들였다. 허태열 비서실장은 수석비서관회의를 이날 오전 이번 사건 관련 긴급대책회의로 전환했다. 귀국 중이던 박 대통령에게도 국내외 여론이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당초 귀국길에 기자들에게 방미 성과를 설명할 예정이었으나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윤 대변인이 귀국하는 과정에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초동 대처에 실패했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청와대가 사건을 인지한 뒤 윤 대변인에게 전말을 따졌고, 귀국 여부도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도피 귀국을 사실상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미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책임라인 문책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책임자로 박 대통령이 거론된다는 점도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윤 대변인은 대선 직후 박 대통령의 ‘1호 인사’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당시 인선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윤 대변인 본인도 인선 과정을 분명하게 밝힌 적이 없고, 결국 박 대통령이 직접 낙점한 인사라는 것이 중론이 됐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한탄과 분통이 동시에 터졌다. 한 관계자는 “성공적인 방미라고 내심 기뻐하고 있었는데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완전 분탕질을 해버렸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