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 4년만에 100엔 돌파

입력 2013-05-10 18:03 수정 2013-05-10 22:10

글로벌 통화전쟁이 ‘아베노믹스’로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4년 만에 100엔을 돌파했다. 엔저(低) 정책은 내수 부양용이며,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해 세계 경제 회복을 이끌겠다는 논리가 국제사회에 먹혀들면서 이를 견제할 만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 원·달러 환율도 급등하면서 통화전쟁의 시계는 안갯속으로 치닫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00엔을 넘어섰다. 2009년 4월 14일 이후 처음이다. 오후 3시6분 현재 101.06엔에 거래됐다. 엔·달러 환율은 아베 신조 총리가 자민당 총재에 선출된 지난해 9월 77엔 수준이었다.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한 ‘아베노믹스’를 등에 업고 7개월여 만에 22%나 평가 절하됐다.

엔저 현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00엔이 뚫린 만큼 엔·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며 “여기에 미국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달러화가 상대적 강세를 보여 엔화 가치의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통화전쟁은 지난달 20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아베노믹스’를 디플레이션 탈출용으로 용인하면서 본격화됐다. 기축통화 국가(미국, 유럽, 일본)를 비롯해 호주, 인도, 폴란드, 덴마크 등이 브레이크 없는 금리 인하 경쟁에 뛰어들었다. 베트남도 기준금리를 연 7%로 1% 포인트 인하하는 등 통화전쟁은 신흥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7개월 만에 금리 인하로 돌아서며 경기부양에 뛰어들었다.

엔화 가치 급락은 우리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증시는 추락했다. 1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5.1원 오른 1106.10원으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34.70포인트(1.75%) 내린 1944.75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는 우리 시장에서 주식을 처분하고, 일본 주식을 사들였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