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파문] 밀봉·불통 인사, 결국 국격손상 불렀다
입력 2013-05-10 18:03 수정 2013-05-11 01:08
밀봉 인사가 낳은 최악의 참사다.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의 1호 인사가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낙마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4일 첫 인사로 발탁했던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을 9일(현지시간) 전격 경질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철저하고 단호한 대응을 지시했다. 이에 청와대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10일 밤 춘추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앞으로 미국 측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4박6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이날 오후 귀국했다.
적지 않은 방미 성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으로 ‘나홀로 불통·밀봉 인사’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면서 국정운영에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정권 초기에 불거진 북핵 등 안보위기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극복하고 이를 모멘텀(추동력)으로 삼아 내치에 전념하려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욱이 여성대통령으로서 성폭력을 비롯한 4대악 척결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해 왔지만 참모의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그 의미가 퇴색했다. 해외순방 중에 벌어진 사건이어서 국가의 품격도 추락했다.
하지만 윤 대변인의 낙마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박 대통령의 윤 대변인 기용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발탁’이었다. 누가 추천했고 제대로 검증 절차를 거쳤는지 알 수 없어 임명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에서조차 불만이 제기됐었다. 그는 당선인 수석대변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 청와대 대변인을 거치면서 언론과 충돌이 잦았고, ‘불통’ 논란 역시 끊이지 않았다.
이번 사건의 1차적인 책임은 윤 대변인에게 있지만 그의 자질을 검증하지 못한 인사시스템과 부하직원을 관리하지 못한 청와대 지휘라인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아울러 거의 모든 언론이 반대하는데도 임명을 강행한 박 대통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윤 대변인은 박근혜정부의 인사실패가 거론될 때마다 ‘불통 인사’의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데는 박 대통령의 보안을 중시하는 인사스타일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인수위 대변인 시절에도 주요 인선 발표가 있을 때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윤 대변인을 찾아 발표를 지시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박 대통령이 인사스타일을 바꾸고 청와대 인사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재중 유성열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