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파문] 靑, 다음날 오전 ‘성추행’ 파악… 尹, 선택 종용하자 “귀국”
입력 2013-05-10 18:02 수정 2013-05-11 01:12
박근혜 대통령의 첫 해외방문에 결정적 오점을 남긴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청와대 전언과 현지 경찰당국 수사 상황을 종합하면 사건은 7일 밤(이하 현지시간) 벌어졌다. 윤 대변인은 워싱턴DC 시내 자신의 숙소인 페어팩스(Fairfax) 호텔에서 멀지 않은 W호텔의 한 바(bar)에서 주미 대사관 인턴 직원 A씨(21·여)와 밤늦게까지 함께 술을 마셨다. A씨는 대학생이자 미국 시민권자로,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사관의 인턴으로 채용됐다. 이 호텔은 박 대통령 숙소인 블레어하우스와도 가깝다.
성추행 의혹 사건이 벌어진 시간은 밤 9시30분부터 10시 사이다. 워싱턴 경찰당국에 접수된 신고 내용에 따르면 윤 대변인은 허락 없이 A씨 엉덩이를 ‘움켜쥐었다(grabbed)’고 한다. 윤 대변인은 이후 다른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만취된 상태에서 8일 새벽 A씨에게 전화를 걸어 호텔 룸으로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처음에 윤 대변인 호출을 거부하다 그가 욕설을 퍼부어 룸으로 갔는데, 이때 윤 대변인은 속옷 차림이었다고 A씨가 진술했다고 한다. 직후 A씨는 울면서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윤 대변인은 나중에 청와대에 “샤워를 하고 있는데 인턴이 보고를 위해 올라왔다”는 취지의 해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관련신고를 접수한 시간은 8일 낮 12시30분으로 돼 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인턴의 동료들이 8일 오전 8시쯤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 경찰은 신고를 받자마자 피해 여성이 묵고 있는 호텔로 출동, 진술을 확보한데 이어 주미 대사관에 윤 대변인의 신원확인을 요청했다.
청와대는 8일 오전 8시쯤 현지 한국문화원 관계자를 통해 A씨가 성추행을 당했다며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청와대 측이 윤 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관계를 확인하자 그는 “별일 없었다. 사실 무근이다”고 말했다.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에게는 8일 오전 10시쯤 첫 보고가 이뤄졌다. 청와대 측이 초조해하는 윤 대변인에게 미국 경찰에 소환돼 조사받는 수도 있고, 귀국해서 수사받는 경우도 있으니 알아서 판단해 결정하라고 하자 귀국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윤 대변인은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숙소에 짐을 놔둔 채 대사관 차량 지원도 없이 황급히 덜레스국제공항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비행기 탑승시각은 오후 1시35분. 그는 공항에서 신용카드로 400만원대의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구입했다. 9일 오후 4시55분(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10일 “윤 대변인은 ‘(피해 여성과) 둘이 술을 마신 게 아니고 셋이 마셨다. 성추행할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는 취지로 청와대에 해명했다”고 말했다. 또 “경찰 신고 내용처럼 엉덩이를 움켜쥔 게 아니라 ‘툭툭 친 정도’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는 윤 대변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특히 윤 대변인은 “내가 토요일 자진사퇴하겠다. 기자회견을 하고 해명하겠다”고 청와대 측에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윗선에 보고된 직후 윤 대변인은 전격 경질됐다. 박 대통령에게 이런 사실이 보고된 것은 만 하루가 지난 9일 오전 10시쯤(현지시간)이었다.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늑장보고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올 법하다.
남혁상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