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은 보지 못하는… 섬세한 느낌까지도 ‘찰칵’

입력 2013-05-10 17:40


세계적 시각장애 사진예술가 순회전

“시각장애인들이 촬영한 작품 맞나요?”

서울 세종문화회관 1층 전시관에서 진행 중인 ‘싸이트언씬: 보이지 않는 이들의 시각’ 전을 관람하는 이들이 던지는 공통된 질문이다. 이 전시는 브루스 홀, 유진 바오차르, 헨리 버틀러, 피트 에커트, 랄프 베이커 등 11명의 세계적 시각장애인 사진예술가들의 작품 121점으로 이뤄진 세계 순회전으로 아시아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진 속 모델의 표정은 살아있고 초점 역시 흔들림이 없다. 수중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한 작품 속에는 수초들 사이에 물고기 한 마리가 움직이고 있는데,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촬영했다. 궁금증이 생길 만하다.

이번 전시를 주관한 기획사 AN INC 김동현(40·선한목자교회) 대표는 “마음속으로 사물을 그리기도 하고, 손이나 파장으로 느끼고, 사물과의 거리를 걸음으로 잰 뒤 촬영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작가들이 가진 느낌과 감각으로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비장애인들이 볼 수 없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시각장애인들의 예술적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 전시는 종교성을 내세우진 않았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복음적이다. 작품 설명을 번역한 한반도문화재단 차재우(50) 이사장은 목회자다. 이번 전시의 고문을 맡은 차 목사는 교회들을 다니며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작가들은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특히 브루스 홀의 작품 ‘Exit’는 마치 생명줄을 보는 것 같다. 차 목사는 “수중 촬영을 위해 홀은 이 줄을 잡고 바닷속으로 들어갔고 줄을 잡고 밖으로 나오기 전 이 작품을 찍었다”며 “그가 느끼는 감사와 은혜의 감정이 결국 ‘구원’이라는 출구로 해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시를 통해 두 기획자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희망’이다. “시각장애인들도 이런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이 같은 전시활동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나아가 장애를 안고 있는 이들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자녀들임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싸이트언씬’은 6월 3일까지 전시되고 이후에는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다시 열린다.

노희경 기자